본문 바로가기
728x90

2년 전, 포노사피엔스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였음을 널리 알린 최재붕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이후 포노사피엔스라는 개념에 대해 깊게 공감하게 되었고, 주변의 여러 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바뀌게 되었다. 

 

쉽게 말해 포노사피엔스란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며 살아가는 인류라는 신조어다. 요즘 우리의 삶, 그리고 아이들의 삶을 바라보면 포노사피엔스가 아닌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기기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우리에게 쉽게 변하지 않는 공간이 있었으니, 바로 학교다. 다른 산업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서비스를 우후죽순 내놓았던 지난 십 년간, 교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나는 포노사피엔스 세대를 위한 학교교육의 다양성,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미 시작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교과교육, 생활교육과 관련된 도서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받아 들고 생각해보니 학생들의 졸업 이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큰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진로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포노사피엔스의 특징, 그리고 포노사피엔스로 대변되는 학생들의 생각, 그들이 원하는 진로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재미있었던 점은 그러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른들에게 당부하는 진로교육의 포인트들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책의 앞부분도 충분히 배울 점이 많고,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지만 가장 마지막 부분인 '어른들을 위한 진로교육' 파트에 가장 깊이 공감했다. 어른들은 포노사피엔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들이 살아왔던 경험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규제' 또는 '제한'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지막 부분에 집중해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포노사피엔스'라는 단어를 빼고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현재의 기성세대와, Z세대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저는 아들이 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만들 거에요."
(중략)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기보다는 스스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신인류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도 몇 해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면서 한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의 모든 상황을 본인이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실제로 상담 중간중간에도 그 학생, 그리고 그 학생의 동생으로부터 그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생활 속 모든 선택의 순간을 엄마가 대신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머니도 자식을 키우는 큰 로드맵이 있었을 것이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하나의 선택에 신중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른의 간섭이 지나치면 아이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이 문구에 나는 너무나도 공감했다. 그 학생은 스스로 선택할 줄 몰랐다. 그리고 항상 누군가의 눈치만 보며 생활했다. 본인의 어떠한 행동이 엄마에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보진 않았지만 집에서는 엄마에게 수 없이 혼났을 것이다. 과연 아이의 삶에 행복을 주는 일인지, 행복을 앗아가는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모에게) 기대면 추락 위험
(자식에게) 손대지 마시오.


원만한 관계를 위하여
앞의 선을 넘지 마시고
위험한 행동은 삼가길 바랍니다. 
-오수민 (인창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어른들은 상당히 많은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러고는 고민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도, 도대체 왜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걸까...' 하며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물어보지 않은 것을 알려주면 꼰대"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오지랖이고, 하지 않아도 될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위의 시를 살펴보면 '앞의 선을 넘지 마시고'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다. 서로 간에 지켜야 할 범위를 지키자는 뜻이다. 아이들의 필요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요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의욕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의 진로 교육이 어른의 목표가 되어서도, 어른의 대리 만족 도구가 되어서도 안된다. 적어도 아이의 '진로'에 대해 올바른 고민을 하게 해주고 싶다면, 꼰대스러움을 없애고 접근하자. 그 꼰대스러움을 아무리 노력해도 없앨 수 없다면 뒤로 한 발자국 빠지자. 그 작은 물러섬에서 아이는 행복을 찾고, 본인의 삶을 충분히 꿈꿀 수 있게 된다. 

 

💡 본 도서는 '책읽는인디'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2021. TREY. All rights reserved

 

728x90
SMALL

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