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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이제는 좀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정말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나는 방학 첫 일주일, 연가를 냈다.

 

교사가 방학 중에 뭘 하는지에 대해 말도 많고, 논란도 많고, 의견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복잡한 소리들을 다 이겨내면서 깔끔하게 간절한 휴식을 취하고, 마음껏 놀기 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연가를 쓰는 것. 한 해에 20일가량 주어지는 권리, 그 연가 일수를 차감하여 쉬면 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연가를 냈다. 

 

나는 파주에 갈 계획이다. 이미 방학을 바라보며 이 짧지만 알찬 휴식을 위한 계획을 모두 짜 두었다. 아늑하게 생활할 방도 구했고, 음.. 그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어디를 열심히 돌아다닐 생각도 아니고, 누군가와 만나 하루 종일 수다를 떨고 싶은 생각도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 사람들과 '격리'되고 싶기에 이번 휴식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숙소 예약만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다음지도 로드뷰로 먼저 가본 그 동네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의 주된 휴식 장소는 숙소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산책하고 커피 한 잔을 포장해서 오는 일은 꼭 하려고 한다. 방 안에서 영화도 보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도 정주행 하고, 가끔은 책도 보겠지. 그리고 오늘처럼 이렇게 꾸준히 글도 써보지 않을까? 이렇게 남들이 보면 단조로운 여행일 수 있는 이 일주일이 나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졌다.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에 숙소가 위치하고 있다. 적당히 번화하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유동 인구도 없는 곳. 차를 타고 가면 편의점에 갈 수 있고, 밤에는 술 취한 사람들의 소리, 고속도로를 지나다니는 차의 소리도 들을 필요가 없는 곳. 아주 마음에 드는 위치라 생각하여 예약을 했다. 막상 숙소에 도착해보면 생각이 바뀔 수는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그에 걸맞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안 받은 척하고 웃어넘기고, 무난하게 생활하기에는 임계점을 한참 넘어버린 느낌이다. '좋게 생각하자'는 게 전혀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사의 감정이, 정신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딱 직전에 방학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파주에 가서 꾸준히 글을 써서 올린다면, 이 글을 읽는 몇몇 분들도 아마 깨닫게 되지 않을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글이 흘리는 향기에 조금씩 힘이 느껴지고, 활기가 보이며, 긍정의 미소가 담기고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 나는 파주에 간다. 새로운 3월을 맞이하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의 휴식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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