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3. 6. 20.
티글 24. 학교에서의 아동학대에 대한 단상
아래 영상을 제작하면서 정리한 생각을 글로 끄적여봅니다. https://youtu.be/GfJlnSyqjCM 몇 년 전의 일이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께서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해당 학급에 있는 학생의 식사예절, 생활태도, 글씨쓰는 방법 등에 대한 지도에서 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가해졌다는 것이 신고의 이유였다.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으면 교사는 즉시 학급의 모든 학생들과 분리된다. 1년을 학생들과 보낸 선생님은 방학을 3주 남기고 학생들과 분리되었다. 기간제 선생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담교사인 내가 그 학급을 겨울방학까지 담당하기로 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어떤 사전예고도 없이 담임선생님이 오지 않게 된 학급은 어수선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3. 1. 26.
티글 23. 예산이야기
선생님들은 2월이 되면 지금 쓰던 교실을 비우고 새 교실로 이사를 한다. 학생들이 없어 조용하던 학교는 수레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선생님들로 분주하다. 이 즈음이 되면 '올해도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몇 년 전, 새 교실로 이사를 완료하고 짐정리를 하다 지난 학년 선생님께서 두고 가신 물건들 중 계산기를 발견했다. 수학 시간에 학생들이 계산기를 사용하는 활동이 있기는 하다. 계산능력이 주가 되지 않는 수학 활동에서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은 학생용이 아닌 교사용이었다. '선생님이 계산기가 왜 필요할까?' 그리고 정확히 4년 뒤 나는 계산기를 애용하고 있다. 바로 예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학습준비물비, 운동회나 학교 축제 등의 행사를..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2. 12. 28.
티글22. 다른 궤적을 그릴 수 있을까?
올해 초 한라산에 다녀왔다. 정상의 절경도 잠시, 생각에 잠겨 터벅터벅 내려오던 기억이 있다. 시원했던 공기와는 달리 답답함과 막막함으로 기억된 산행. 몇 년간 인생을 게임 공략하듯이 살아왔다. 퀘스트를 하나씩 깨 나가는 것이다. 입시, 임용, 군대, 발령이 그렇게 지나왔다. 내가 딱히 방향을 잡지 않아도 이 시기에는 컨베이어벨트에 실려가듯이 혹은 주변 동기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움직였다. 발령을 받고 나서도 벌어지는 하루를 살아내기 바빴다. 시간이 조금 흘러 이제는 다녀올 군대도 없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당장 먹고 살 걱정을 안해도 되고(딱 걱정을 안하는 정도지만), 학교 업무나 문화에도 적응을 한 시점. 이젠 등 떠미는 사람과 상황은 없지만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야 했고, 키를 잡아보지 않은 조타수의 느..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2. 4. 3.
티글21. 큰일났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께는 내 교직경력이 딱 6년이 되는 날이었다. 햇수로 7년차 교사. 많지는 않으나 적지도 않은 시간이다. 처음 발령 받았을때 힘든 한 달을 보내며 10년, 20년을 하신 선생님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1인분의 교사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학교가 돌아가는 방식도 알고 업무도 적당히 하고 서툴지만 교실에서도 교사의 모양을 얼추 갖춘 지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겨울방학 기간으로 불리는 학교의 1,2월은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아이들은 새 학년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교사들은 한 해의 업무 마무리와 새 학년의 교육과정을 준비한다. 보통 12월 말에서 1월 초가 되면 아이들과의 한해살이가 마무리된다. 겨울방학 날 학생들을 떠나보내고 교실에 앉아 있으면 시원섭섭한 마음..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2. 1. 12.
티글20. 자네 정신이 좀 드는가
자네 정신이 좀 드는가 . . . . . 방학을 했다. 한동안 죽은듯 누워 있다가 이제야 정신이 들어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며칠 안했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끝의 느낌이 어색하다. 몇 개월 전 개학이 1년 전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2학기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학교 업무전담팀 선생님중 한분께서 교육청으로 가시게 되어 5명이던 업무전탐팀 교사가 4명이 되었다. 1명이 학교로 발령받긴 했으나 신규교사였다. 신규에게 업무를 주는 것은 무리라 판단되어 4명의 교사가 업무를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업무전담팀 교사 1명이 담당하는 업무의 양이 1학기에 비해 늘어나며 2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받은 일이 익숙해질 즈음 예산과 사업이 물밀듯이 내려왔다. 보통 교육청에서 사업 관련 예산을 받을땐 '교육..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1. 20.
티글19. 미련에 잠못이루고
퇴근 시간 전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집에만 오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쉬고 평일 일과 중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주말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자고 장범준 '당신과는 천천히' 중에서 퇴근 후 씻고 밥먹고 숨 조금 돌리면 시간이 8시를 휙 넘는다. 부랴부랴 운동을 하거나 책이나 넷플릭스를 기웃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여기서 잘 시간이라 함은 '이 시간 즈음에는 자야 내일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하지만 자려고 하면 왠지 못다한 것들이 있을 것만 같고 정리해야 할 생각들이 떠오르고 유튜브의 다음 영상이 재미있어 보인다. 결국 나는 '지금 안자면 내일은 파국이야'정도의 시간에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에 무거운 눈을 비비며 '..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1. 16.
티글18. under pressure
pressure pushing down on me Pressing down on you, no man ask for 억압이 나를 짓누르고 너를 억누르네, 아무도 바라지 않는데 Queen - under pressure 중 신규 발령을 받고 2년 정도는 퀸의 노래 가사를 되뇌이면서 출근을 했다.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출근 자체가 큰 압박이었다. 버스가 학교에 가까워 질수록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마치 집에 가까울수록 다리가 무거워졌던 김첨지처럼. 신규 교사들은 발령 첫 날부터 온전한 한 사람의 선생님으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처음이든 경력이 있든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지 않는가. 수업, 사건, 상담, 쪽지, 업무, 행사, 회식 등 생각보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학교 문화는..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0. 11.
소아 ·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 및 출결 사항
영상도 있어요-! https://youtu.be/uqvaaONAX4I 안녕하세요, 지난 9월 27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4분기 시행계획에 따라 10월부터 12~17세의 소아 청소년에 대한 백신 예방접종이 시행됩니다. 뉴스에서는 대략적인 내용이 전달되는 듯 하여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가지고 자세하게 살펴봤어요. 접종 대상자, 예약 및 접종, 출결사항 등에 대해 안내드릴게요. 이 글은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큰 틀에서 안내를 해드립니다. 참고용으로만 보시고 자세한 내용은 학교로 문의해주세요. 1. 접종대상자 및 예약, 접종기간 먼저 백신 접종 대상자부터 알아보도록 할게요. 백신 접종 대상자는 12~17세 약 277만명이에요. 주민등록상 2004년 1월 1일 이후 2..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9. 28.
📙처음 가는 마음(이병일)_창비
고등학생때 동아리로 교지편집부를 했었다. 봉사활동 시간을 준다는 이야기에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재미가 붙어 꽤 열심히 활동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두 번째 교지를 낼 즈음 담당 선생님께서 겉표지나 챕터 사이사이에 들어갈 짧은 글마디를 적어달라고 했다. 그 당시 나의 생각이나 상황 등에 대해 짤막하게 기록을 하고 있었던지라 큰 고민 없이 글 몇 개를 다듬어서 제출했다. 내 글이 표지가 된 교지가 나온 것을 보며 뿌듯해하던것도 잠시, 집안일과 입시 등으로 바빠져 글쓰는 것은 잊고 지냈다.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20대 후반쯤이다. 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떠밀려 '살아지는'느낌이 들었다.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순간들, 감정들을 기억해두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기록을 해야 한다..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8. 30.
생기부 담당자가 풀어보는 초등출결 이야기
영상도 있어요! https://youtu.be/esOK6rGRw8o 생기부 담당자가 풀어보는 초등 출결 이야기 #출결 #생기부 #기재요령 출결은 들어도 들어도 늘 헷갈립니다. 그래서 한번에 정리했습니다. 생기부 담당자가 풀어보는 출결 이야기! 스크립트는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nys-classroo youtu.be 학생생활기록부 관련업무를 몇 년 정도 하다보니 출결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게 됩니다. 몇몇 특별한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결석, 조퇴 정도의 내용이에요. 학부모님들의 문의가 많을 것 같지만 선생님들의 문의도 많습니다. 보통 출결과 관련된 상황이 출근이 있는 아침시간이거나 급한 경우가 많아 해결하는데 급급하여 매번 있는 일임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헷갈리기 마련이에요...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8. 15.
📙노마드랜드(제시카 브루더)_엘리
한때 책을 잔뜩 사놓는 습관이 있었다. 서점에 가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몇 권씩 집어왔다. 그러다 보니 읽지 않은 채로 새 책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을 둘 공간도 없고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꽂혀 있는 책부터 먼저 읽자는 생각에 서점에 안 가기 시작한 것이 2년 정도가 되었다(코로나도 한 몫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로 서점에 들렀고 집에 꽂혀 있는 책들도 꽤 읽었기에 다시 몇 권을 사왔다. 책을 고를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윤여정 배우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 영화 '노매드랜드'였다(책 제목은 노마드랜드인데 영화는 노매드랜드로 나왔다). '이야기가 있는 소설책을 읽어본 게 언제더라?' 재미있는 소설책이..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7. 25.
티글17. 선생님은 방학때 뭐하세요?
방학 전 마지막주 수업이었다.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시간이라 약간 여유를 두기로 했다. 아이들도 방학을 앞두고 들떠있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을 찾아보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말과 2학기 수업 계획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던 중이었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은 방학때 뭐하세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음...뭐할까? 잘 모르겠는데?" 수업을 마치고 발령 후 지나온 10번의 방학동안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방학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방학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학기를 위한 마음의 여유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처음 3년 정도의 방학은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며 보냈다. 동기들이 연수를 들으러 가자고 하거나 공부를 같이 하자고 해도 ..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7. 23.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전홍진)_글항아리
'선생님에게 필요한 자세/덕목은 무엇인가요?' 교사라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늘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오감으로 세상을 보지만 많은 경우 마음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산책 중 지나가는 강아지를 볼때 과거에 강아지에게 물린 기억이 있는 사람과 반려동물로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사람은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마음을 통해 바라본다. 아이들의 행동, 같은 학년 선생님의 말투, 관리자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선생님마다 다르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 가지 모습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것이기에 맞고 틀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상황을 곡해해서 받아들일 가능..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7. 1.
티글16. 세 번째 1학년 수업
내가 처음으로 1학년을 만난 건 첫 교생실습때였다. 실습학교에서는 교생들에게 참관 시간표를 주고 수업을 참관하게 하였다. 실습기간은 5일밖에 안되는데 교생은 많다보니 여섯 학년을 다 보는 것은 어려웠고 저학년,중학년,고학년 정도만 참관할 수 있었다. 마침 저학년 중 1학년 수업이 있어 참관하게 되었다. 그날 내가 본 수업은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긴 하지만 계속 움직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혼잣말을 하거나 손장난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동기들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서 되겠나', '아이들이 불쌍하다'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6. 18.
[춘천 수업 자료 제작기] ② 안녕? 우리 춘천!
✍올해 춘천 행복지구 내고장 바로알기 연구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남기고자 글을 씁니다. 첫 회의는 여름 즈음 교육청에서 이루어졌다. 초등교사, 수석교사, 교육청, 춘천 문화원 등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목표는 2021년에 춘천 소재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춘천 지역화교과서를 배부하는 것이었다. 3월 첫날 학생들의 손에 쥐어 주려면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간단한 소개를 한 뒤 큰 역할을 나눴다. 우선, 교과서 집필은 교사 및 수석교사들이 맡기로 했다. 현장의 니즈를 잘 반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교육청과 춘천 문화원은 제작총괄 및 집필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교육청에서는 학교로 출장 협조공..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5. 19.
[춘천 수업 자료 제작기] ① 제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올해 춘천 행복지구 내고장 바로알기 연구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남기고자 글을 씁니다. 3-4학년군 사회과 교과서는 지역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단원의 비중이 높고 그 주제도 다양하다. 3,4학년 학생들은 사회 수업을 통해 우리 지역의 모습, 역사, 중심지, 문화재와 문화유산 등 지역의 전반적인 내용을 공부한다. 우리 지역을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의 이곳저곳을 직접 답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사 계획을 세우고 답사할 장소에 대한 배경지식을 공부한 뒤 직접 찾아가보는 것이 내가 사는 지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링크 : 2015개정 교육과정 사회과 내 지역관련 성취기준(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https://www.notion.so/..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5. 11.
티글15. 쉬어가는 코너
스승의 날이 되면 많은 교실에서는 감사한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전달하는 시간을 가진다. 예전에 함께 했던 학생들이 종종 찾아와 편지를 건네준다. 잊지 않고 찾아옴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퇴근을 하고 편지를 하나하나 열어서 읽어본다. 여러 내용들이 있지만 함께 모여서 썼나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내용은 '작년에는 좋았는데 올해는 힘들어요'다. 그렇다. 나는 꿀교사다. 일종의 쉬어가는 코너인 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꼼꼼한 성격은 아니다. 학교에서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학생들과의 약속을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고 실수도 많이 한다. 이런 성격은 교실에서 일종의 '틈'을 만들어낸다. 학생들은 그 틈새를 기가 막히게 찾아서 틈밖으로 나가려 한다. 편지의 내용에서 좋았다는 것도 내가 잘해줘서라기 보다는 아마 잦은 틈 ..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2. 5.
티글14. 0이길 바라며
작년 3월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였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는 본인들이 학생으로, 학부모로 만났던 교사의 모습이다. 그 이면에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여러 모습들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교사와 관련한 첫 영상을 촬영한 직후 온라인 개학 결정이 났다. 편집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개학 준비에 들어갔다. 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았고 학생들이 어느정도로 준비되어있는지도 파악이 안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 학년은 e학습터를 통한 일방향 수업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e학습터는 동영상 파일 업로드에 300mb라는 용량 제한이 있었다. 요즘 통용되는 화질로 몇 분만 봐도 300mb는 훌쩍 넘게 된다. 결국 시간을 줄여서 수업을 올리거나 화질을 확 낮..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26.
티글13. 필요악, 친화회
학교에는 친화회라는 모임이 있다. 학교, 지역에 따라 화락회 혹은 친목회라고 불린다. 친화회는 교직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행사기획, 결혼, 출산, 부고, 퇴직 등을 챙기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구성하고 있다. 친화회는 가입한 교직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회칙에 따라 금액을 집행한다. 학교 차원에서 좋은 일은 축하해주고 슬픔을 나누자는 모임이기에 취지는 좋으나 문제도 많다. 먼저, 친화회 임원이다. 친화회 임원은 주로 회장과 총무(혹은 부회장)으로 구성된다. 임원으로 선출되면 1년간 친화회 업무를 수행한다. 회식이 있는 경우, 회식장소를 예약하고 야유회가 있는경우엔 장소를 예약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교직원 및 가족의 결혼식이나 부고가 있을땐 직접 가서 축의금을 전달하거나 부조를 해야 한다. 큰 학교..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24.
티글 12.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동호회나 모임, 회식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역이나 직업 등을 자연스럽게 물어보곤 한다. 그때 교사라는 직업을 오픈하면 교사에 대해 자기 나름의 한줄평을 한다. 편하게 일하고 안정적으로 돈받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교사 뭐 쉽지 애들 어리고 가르치는거 다 아는 내용이잖아. 설렁설렁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다 오면 끝이잖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어리고 내가 아는 내용을 가르친다. 퇴근도 타 직군보다 빠르고 공무원이니 월급도 안정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편하지는 않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쉬운 내용일지 몰라도 학생들에게는 어려워서 어떤 식으로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학생들마다 수준과 성향이 모두 달라 제한된 시간 속에서 모든 학생들이 배움..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20.
티글11. 선생님들의 퇴직
중간발령으로 첫 해를 보내고 햇수로 막 2년차가 되었을 때였다. 학년 말 즈음이었는데 일이 있어 교무실에 들어갔다. 교감선생님과 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교감선생님께서 "선생님은 내년에 몇 학년 할거야?"하고 물어보셨다.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니 "선생님은 왠지 어린 아이들도 잘 맞을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복선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2월 학년이 발표되는 날, 나는 1학년으로 배정받게 되었다. 배정 소식에 주변의 선생님들이 놀라셨다. 신규교사가 1학년으로 간다는 것이 의외라는 말씀 후 뒤이어 약간의 측은함이 느껴지는 응원을 받았다. 선생님들의 이상했던 반응의 이유는 학기가 시작되자 알게 되었다. 1학년과의 학급살이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 당시 나는 학급을 제대로 관리해..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17.
티글10. 선생님의 선생님
저경력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선생님이 되려고 했어요?'이다. 그럼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 중 하나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이다. 흔한 답변이지만 이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교사와 함께 하고, 이야기하고, 활동한다. 이때 좋은 영향력을 받은 사람들 중 교사를 진로로 삼는 학생들이 생긴다. 선생님들을 보고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지만 나도 좋은 선생님들을 거쳐갔다. 발령을 받고 난 뒤, 교사의 관점에서 지난 선생님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기억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말이나 행동을 교사의 입장에서 보니 '이런 마음이셨겠구나'하며 공감이..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16.
티글9. 첫 학교를 마무리하며
짐을 실은 카트가 복도를 오가는 소리가 들리고 선생님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물건을 옮기는 모습이 보이면 까마득하기만 했던 학년말이 오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생님들이 1년 동안 지냈던 교실을 정리하고 새 교실로 거처를 옮긴다. 아이들이 없어 조용했던 학교엔 오랜만에 생기가 돈다. 남겨둘 물건, 가져갈 물건을 분류한 후 상자에 담아 카트에 차곡차곡 쌓는다. 무거워진 카트를 끌고 복도를 걸어간다. 작년까지는 목적지가 새 교실이었지만 올해는 주차장이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옮기기 때문이다. 첫 학교에서의 5년, 어느덧 끝이 다가왔다. 군대에서 전역일 다음 날 발령이 났다. 전역날 복무를 함께한 동기들과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고 휴가때 미리 싸놓은 짐을 챙겨 발령지로 향했다. '학교 생활을 미리 준비할..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1. 1. 10.
티글8. 할말하않하않
요즘 인터넷이나 TV에서 '할말하않'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것을 볼 수 있다. '할 말은 많으나 하지 않는다'의 줄임말이다. 주로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때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분위기상 참고 넘어갈때 사용한다. 예능 프로 등에선 여럿이 모여 한 사람을 장난으로 몰아갈때 타겟이 된 사람이 '할말하않하겠습니다'라고 하며 받아치는 식의 가벼운 상황에서 쓰인다. 하지만 부당함을 겪은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느니 일만 더 생기고 그냥 내가 참고 말지'하며 넘길때 사용되기도 한다. 2년 전 일이다. 2월에 처음으로 새 학년 선생님들과 만난 날이었다. 간단한 학년회의를 마치고 학년업무를 분담하는 시간이 왔다. 주로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조율을 해주시는데 그 해 학년부장 선생님은 선배교사에..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0. 12. 25.
티글7. 운동으로 비워내기
처음 발령을 받았을때 학교는 벅찬 곳이었다. 교실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퇴근시간까지 숨을 돌릴 틈이 하나도 없었다. 학급 관리가 서툴다 보니 학생들은 학생들 대로 문제상황을 만들었다. 매 시간 갈등이 생겼다. 방과후엔 학부모님들의 전화를 계속 받았다 . 문제를 해결하고자 책도 읽어보고 연수를 들은 후 교실에 적용해 보려고도 했지만 실패만 반복했다. 퇴근 즈음이 되면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저녁을 겨우 챙겨먹고 침대에 누워 힘들었던 하루를 내내 곱씹다가 잠드는 것이 퇴근 후 삶의 전부였다. 소모적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몰라 쌓아두기만 했다. 점점 학교가 질려가기 시작했다. 출근하기가 무서웠고 생각이 많아져 불면증에 시달렸다. 주말에는 폭..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0. 12. 19.
티글6. 썸네일 사진과는 다른 업무회의 이야기
교사는 학교 안에서 두 가지 소속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학년(혹은 담당과목)이다. 학년이 배정되면 한 해동안 동학년 선생님들과 한 학년에 속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두 번째는 업무 소속 부서이다. 교사는 업무 외 행정업무를 하는데 업무의 특성에 따라 부서를 나뉜다. 학교마다 이름은 다르나 대체로 학사일정과 학생관리 등을 담당하는 교무부, 교육과정 및 평가를 담당하는 연구부, 정보기기나 컴퓨터 각종 시스템을 담당하는 과학/정보부, 학교폭력이나 안전교육 등을 담당하는 생활안전부, 체육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체육부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다. 학년말이 되면 학년별, 부서별로 올해의 교육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잘 된 부분은 이어서, 어려웠던 부분은 개선하여 내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며칠..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0. 12. 10.
티글5. 스며들듯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교직의 특성상 사람을 대하는 것이 능숙하다는 것은 교직에서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무던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도 아이스 브레이킹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성격으로 학교에 있으면 가장 두려운 날이 있다. 바로 학생들과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새학기 첫날이다. 학교는 1년 단위의 프로젝트 그룹같다. 1년의 계획을 세우고 그에 알맞게 구성원들이 모여 1년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1년을 위해 이합집산한다. 1년이 지나면 같이 지내던 선생님들이 떠나고 새로운 선생님들이 학교로 온다. 선생님들과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과는 다르다. 첫날, 교실에 들어가면..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0. 11. 24.
티글4. 텅빈 교실, 혼자 책상에 앉아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심해져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던 중이었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온라인 수업을 만들면서 의문이 들었다. '얘네들, 잘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e학습터 내에서 출석, 수업 진도 모두 잘하긴 하지만 원격연수를 들을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수업보다는 흘려보내는 부분이 더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이 질문, 눈빛, 대답하는 뉘앙스, 문제를 푸는 속도, 풀이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에 맞는 다음스텝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아니다. 영상안에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 생각해봤을면 좋겠을 부분들을 가득 채워 넣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송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도 파악..
🦁 월셔 [티글 모아 티끌] 2020. 11. 18.
티글3. 용두사미러의 11월
나는 용두사미형 인간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다소 증상이 심하다. 지나가는 곳마다 '하다 맘'의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이 재미있어 보인다. 그리고 할 수 있을것만 같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일을 벌린다. 거창한 시작의 순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흥미가 떨어진다. 그럼 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무언가를 시작할때 재미가 동기가 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혹은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버거워진다. 그러면 하나, 둘 포기한다. 사미의 순간이 오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평소 한번에 여러 책들을 읽다가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었던 적이 많다. 헬스장을 끊어놨음에도 갑자기 바깥공기를 마시며 뛰고 싶어서 강가로 나가며, 악기를 배운다고 도전했다가 포기한 것도 부지기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