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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수업'이다. 교사는 수업 과정에서 본인이 존재하는 필요성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 잘하는 교사도 중요하고, 성격이 좋은 교사도 중요하고, 문제를 잘 내는 교사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학생과 만나는 '수업'에서 가치를 드러내는 교사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에서도 또 한 번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재미'다. 나는 그렇다. 무엇을 배우던, 무엇을 풀던 우선은 재미가 있어야 참여하기가 좋다. 더군다나 억지로 40분 앉아 있기도 힘든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더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같은 수업이라도 되도록이면 '재미'를 욱여넣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올 해, 5학년 과학을 주로 맡고 있지만, 일주일에 3시간 2학년 '안전한 생활'시간도 수업을 들어가고 있다. 안전을 별도의 교과로 똑 떼어서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 가르칠 수가 있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기는 하지만 정해진 시수에 따라 수업을 하고는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작년 첫 입학을 했을 때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되어 EBS 호랑이 선생님을 봐 왔던 아이들이다. '도대체 호랑이 선생님이 누구야'라면서 잠시 틀었다가 나마저도 팬이 되어버릴 정도로 재미있는 수업을 하시는 분이었다. 

 

집에서 TV로 EBS 호랑이 선생님을 보며 학교 수업 대부분을 이어나가던 아이들이 이제는 교실 의자에 앉아 40분을 꽉 채워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만 잔뜩 든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 마음이다. 뭐 꼭 그런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기에 재미있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보다 조금씩 더 재미있게 수업을 연결해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저학년 수업에서는 보통 뜬금없는 낱말 하나로 '재미'를 만들어내곤 한다. 주어진 차시내용과 주어진 목표는 달성만 하면 그만이다.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다듬어서 '으.. 응?'싶은 낱말로 던져주면 그만이다. 아이들의 모든 눈은 다시 한 곳으로 모아지고 내가 이야기를 이어갈 때까지 정적이 이어진다. '잔말 말고 어서 이야기나 이어가라'는 아이들의 협박인 셈이다. 나는 이러한 순간이 참 좋다. 그때만큼 자발적으로 집중해서 자신에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 넣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도 힘들다. 

 

이번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아이가 와서 물어본다. "선생님은 개그맨 출신이에요?" 

 

"아싸 오늘도 통했다."

난 진짜 재미 없는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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