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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공간이 처음 생겨난 이래로 학교는 한 번도 주춤하거나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라는 공간과 이 곳에서 진행되는 교육 활동은 항상 당연시 여겨져 왔으며, '학교니까'라는 말로 보호받아 왔다. 그래서인지 학교라는 공간은 '적어도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곳' 정도로 생각되는 것 같다. 

 

해가 되지 않는 공간이기에 학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교육 기능 이외의 다양한 일을 더 맡아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며 무언가를 가르쳐 주어야 하고, 이제는 더 나아가 그저 아이들을 '가정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때까지' 보살펴 주어야 한다. 때가 되면 우리 동네의 장소, 때론 멀리 벗어난 곳에 데려가 새로운 풍경과 환경을 맛볼 기회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학교에 관련된 뉴스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학교를 탓한다. 학교가 저래서 되겠냐고 학교 전체를 모조리 묶어 비난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학교에 또 다른 기능을 하나 엮어볼까 고민하는 것 같다. 이미 학교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학교를 사회와 나누어가질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도, 돌봄 교실도 처음 학교에 들어온 당시 논리와는 많이 어긋난 상태이기에, 다시 가지고 나가줄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역시나 한 번 자리 잡은 제도를 다시 뒤집어엎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오늘 나는 많은 교사들이, 많은 교사 단체에서 주장하는 그런 논리로 학교를 나누어가지자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학교를 나누어 가지자는 말을 해 보고 싶다. 

 

학교가 끝난 뒤, 아이들은 학교에 있지 않아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학교에 있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어야 한다.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방과 후 학교 활동을 모든 학생들이 하면 좋겠다. 다만 학교 밖에서. 누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누가 관리하고, 누가 맡아서 진행해줄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다. 답은 바로 우리다. 우리 동네, 우리 도시에 속한 우리 모두가 함께 진행해볼 수 있는 사업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매주 월요일, 빵집을 하는 김△씨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아이들을 만나 매주 다른 빵을 만들고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매주 목요일, 숲해설가 박☆☆씨는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아이들을 만나 우리 동네의 여러 숲에 방문하여 다양한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고 간식을 먹는다. 매주 금요일, 수선집을 운영하는 최□씨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아이들을 만나 여러 옷감을 만져보고 바느질로 간단한 만들기 활동을 한다. 카페, 음식점, 세탁소, 청소원, 우체국, 시청, 은행, 동사무소, 관리사무소 등 주제도 사람도 다양하다. 학교에서 매번 바이올린, 우쿨렐레, 공예, 축구, 드론, 코딩 등으로 한정된 것을 배우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것이냐, 그리고 어떻게 검증할 것이냐. 사실 이 두가지가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라 지금까지도 학교에서 이 모든 것을 자연스레 떠맡고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미 여러 교육청에서는 마을선생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시/군/구의 마을 선생님 인력풀을 모집하여 필요에 따라 시간대별로 특강 형식으로 지원을 받는 형태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실정이다. 일회성의 프로그램인 데다가 현재의 구조에서 특별히 여유로운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일과 시간을 쪼개어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참 어렵다. 또 하나의 귀찮은 업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청에서는 현재와 비슷한 방식으로 모집을 하되, 운영 자체를 정기적인 요일과 시간으로 구성하여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형태로 운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의 방법은 바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위에서 고민했던 두 번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뜻을 함께하는 마을 선생님들이 모여 구성한 형태라 모집에도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부여한다면 교육적인 효과, 아이들을 맡겼을 때의 안전성도 만족할 수 있게 된다. 

 

학교의 한정된 부지와 시설에 돌봄 교실을 짓기 위해 수많은 예산을 쓰고, 교실을 이리저리 방과 후 수업 교실로 전환시키고 또다시 재전환시키는 데 예산을 사용하기보다는 마을 선생님들에게, 그러한 협동조합에 지원을 해 주는 편도 꽤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그래도 아래층 아주머니, 문구사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가 있었다.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누군지 서로 인지는 하고 있었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요즘은 그저 '남'이고 '낯선 사람'이다. 혹시라도 일말의 가능성으로 나를 해칠 수 있는, 피해야 할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학교로 다 들어오고 있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

 

감히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학교를 이제 모두와 나누어가질 필요가 있다. 학교가 맡은 '굳이 학교에 없어도 되는 그 것들'을 외주화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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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