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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ure pushing down on me
Pressing down on you, no man ask for

억압이 나를 짓누르고 너를 억누르네, 아무도 바라지 않는데

Queen - under pressure 중

 

 신규 발령을 받고 2년 정도는 퀸의 노래 가사를 되뇌이면서 출근을 했다.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출근 자체가 큰 압박이었다. 버스가 학교에 가까워 질수록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마치 집에 가까울수록 다리가 무거워졌던 김첨지처럼.

 

 신규 교사들은 발령 첫 날부터 온전한 한 사람의 선생님으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처음이든 경력이 있든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지 않는가. 수업, 사건, 상담, 쪽지, 업무, 행사, 회식 등 생각보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학교 문화는 권위적이었고 직장 내 괴롭힘도 종종 있었다. 정신차릴 틈이 없었고 퇴근 후에는 그로기 상태로 침대에 쏟아졌다.

 

 교생 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승-전-힘들지만 보람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임용 공부를 하면서, 군 복무를 하면서 상상했던 교직은 분홍빛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서툴렀던 처음엔 절대적으로 힘들기만 했다.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학교가 날 잡아먹을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놨을때 '시간이 다 해결해 줄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약간 건성으로 대답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 말이 만고의 진리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3년차, 4년차가 되니 거짓말같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경험이 쌓이고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를 대할 때 여유가 생겼고 약간의 헤아림까지도 가능했다. 업무도 익숙해지고 아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학교가 편해졌다.

 

 이대로 나의 교직생활은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6년차가 된 요즘 다시금 출근이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최대한 출근시간 끝에 맞춰 학교를 가거나 출근 후에 차에서 노래 한 곡을 더 듣고 올라가는 습관이 생겼다. 신규 때처럼 학교를 몰라서도, 경험이 없어서도 아니다. 이번에는 익숙함이 독이다. 나는 매너리즘, 권태로움에 빠져버린 것 같다.

 

 겉으로는 능숙하게 아이들과 인사하고 수업하고 회의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속으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내가 학교에서 하는 일련의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려고 친 멘트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네’라고 하며 비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게 딱 내 상황이다. 신규 때의 내가 보면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터널 속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경험이 있어 그리 막막하지는 않다. 언젠가의 난 다시 답을 찾을 것이다. 2년차 어느 날, 출근하기 죽을듯이 싫어서 정말 가지 말까 고민했던 아침이 있었다. 그때 작년 우리 반 아이가 전날 준 편지를 읽고 ‘이 아이 한 명에게만이라도 의미가 되자고’생각하며 꾸역꾸역 출근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이후로 힘들 때마다 그 아이의 편지를 읽으며 힘을 얻었다.

 

 이번에는 어떤 것이 출근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의미)가 될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명언을 속는 셈 치고 다시 한번 믿어보며 터널의 끝을 찾아 버둥거려야겠다.

하 출근하기 싫다.

 

2021년에도 왜 결혼 안하냐고 듣고 있어 근데 이젠 어른들한테 듣고 있어ㅎㅎ

 

ⓒ 2021. 월셔.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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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의 under pressure도 좋은 노래다

https://youtu.be/a01QQZyl-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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