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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째 교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는 딱히 교무실에 찾아가 볼 일도 없었는데, 어느덧 이 학교에서는 2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하고 해결되고 하는 과정 속에서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새롭게 배우게 된 것 같다. 일의 쉽고 어려움을, 그리고 많고 적음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학교나 이 정도의 일은 가지고 있을 테니.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바로 '전화'다. 굳이 분류해 보자면 '민원전화'라고 불리는 것들.

 

 교무실에 있어보니 참 많은 '민원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근 시간 이전부터, 밤 9시가 가까운 때까지 그 '민원전화'는 쉬지 않는다. 학부모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학교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학교에 전화하여 궁금한 점을 묻고, 응원이나 제안의 한 마디를 건네는 것 자체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소통이 원활해야 오해도 없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겠나. 그건 참 좋다.

 

 다만, 간혹 신뢰에서 만들어진 제안 범위를 넘어선 민원들이 있다. 그럴 때 '가장' 아쉬운 것은 학부모님들의 태도나 언행이 아니다. 그 전화를 맞이하는 교직원 문화다. 우리 학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대다수 교직에 깔려 있는 그런 문화를 말하는 거다. 민원을 제기하는 전화가 오면 당황해야 하는,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하는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 전반에 깔려있는 것이 아쉽다.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나는 솔직히 민원전화에 안절부절못하는 문화가 싫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활동은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진행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일부의 즉흥적인 행사나 사고에 대한 민원도 있기는 하지만 마땅히 수용하고 설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의도를 가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활동에 대해 분명 불만이 있거나,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의견도 학부모들께서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도를 설명하고, 계획을 안내하며, 추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말씀해주신 의견을 반영해서 계획,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안내하면 될 것이다. 

 

 과연 교무실에 걸려오는 '민원'성 전화를 받았을 때 저런 방식으로 해결이 될까? 대부분은 아니다. 30분에서 한 시간이 다 될 정도의 긴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결국 주제는 그 자리에 멈추어 있다. 해결된 것은 없고, 설명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를 건 쪽에서는 요구사항만을 말하거나, 관련된 감정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고, 전화를 받는 쪽에서는 대체로 묵묵히 들어주거나, 이해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최고라고 배웠기 때문이겠지.

 

 언제부턴가 학교 대표번호는 감정과 불만의 해우소가 된 것 같다. 감정을 공감해주고, 의견을 들어주고 그에 걸맞은 해결방법을 마련하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도 다음 날이면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 똑같은 사람의 똑같은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쳇바퀴 같은 일은 그만하고 싶다.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계획한 교육활동을 진행할 때 눈치가 보인다.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많다 보니 생각도 다양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암묵적인 합의의 선은 있어야 하지 않나. 알찬 교육활동을 하고 싶어서 교사가 된 것이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에 쩔쩔매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한두 번 정도 이런 일을 더 겪게 되면 '그만할 용기'를 내 볼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교사라는 자리라던지, 알찬 교육활동이라던지.

 

 암묵적인 사회적 상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사도, 학부모도. 그리고 제도와 규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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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