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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애플 제품을 사용했을까, 떠올려 보았다. 학생 때 iPod touch를 사용했었고, 비슷한 형태의 iPhone이 한국에 출시되었을 때는, 내가 사용하던 통신사에서 출시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다. iPhone을 사용할 수 없다면, iPad를 써보자는 마음에 대학교 2학년 때, 갓 나온 iPad(1세대)를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애플 펜슬도, 이런저런 다양한 앱들도 부족했던 터라, 정말 말 그대로 Youtube와 게임만 하던... 콘텐츠 소비용 기기였던 기억이 있다. 아, 그래도 Pages, Keynotes 등으로 과제 준비를 했던 기억은 있다. 나름 생산적인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해 준 기기다. 

 

교사가 되고, 군대를 다녀온 뒤 2016년 말, 새로 나온 iPad Pro 9.7을 구매했다. 적당한 크기에, Pro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한 만큼 성능도 충분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화면 크기일 수 있지만, 정말 많은 수업을 진행했던 것 같다. 애플 펜슬과 함께 수업도 하고, 판서도 대신하고, 수업 자료들을 그려내기도 했다. 물론 우리 학급에서 교사인 나만 iPad를 사용했기 때문에 조금은 한정적인 활용만 가능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학교 내, 교실 내 와이파이가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이 훨씬 컸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형태의 iPad Pro가 출시했고, '더욱 열심히 수업에 활용해보자'는 마음으로 11인치 iPad Pro를 구매했다. 새로워진 애플 펜슬과 함께.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교사 혼자만 iPad를 활용하는 교실 환경에서 정말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iPad는 그저 선생님의 컴퓨터, 선생님의 칠판, 메모보드 정도로 여겨졌다. 

 

그 뒤로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학교와 교육 전반을 세차게 흔들어 놓았고, 많은 것이 변하였다. 코로나19의 덕이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강한 감염병으로 인한 다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 부처에서는 다양한 회복 사업을 진행하였다. 마침 대규모 신설학교에서 '열심히 만들어 가보자'는 마음으로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여러 사업에 지원했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시도하는 사업이었다. 

 

2022년에 시작한 그 사업은, 다양한 사업들이 덧붙여져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렇게 구비해 둔 iPad를 이용하여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6학년 학생들은 모두 학생 1인당 1대의 iPad와 주변 기기(펜슬, 키보드, 이어폰 등)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도 종이 교과서를 없애고, 스스로 제작한 iPad 교과서(활동지)를 가지고 모든 차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 자료를 만들고, 1인 1 기기 수업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실제적인 문제점과 궁금증을 마주하게 되었고, '애플 티처스'라는 카페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2018년과 2019년, 교실에서 나만 iPad를 사용하며 수업을 진행하던 때, 무언가 작은 도움이라도 얻어보려고 Apple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탐방하곤 했다. 그 당시부터 Apple 사이트에는 '교육'이라는 항목 페이지가 별도로 존재했고, 그곳에 'ADE(애플 우수 교육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었다.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지만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수업을 해 보고 싶은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곳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해당 지역의 모집 절차가 마감되었으며 추후 새로운 모집 일정이 시작되면 메일로 알려주겠다는 안내문이 나타났다. 그 뒤로 2023년 초까지 아무런 메일은 오지 않았다. 혹시 메일링 리스트에서 누락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여러 차례 다시 들어가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기도 했지만 말이다. 추후에 알고 보니, 역시나 코로나19의 문제로 ADE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https://education.apple.com/#/home/rp/T042370A

앞서 이야기한 '애플 티처스'라는 카페를 통해 ADE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고, 몇 년만에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몇 년을 기다렸던 ADE가 모집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걱정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 ADE라는 것에 막연히 도전해 보자는 마음을 가졌던 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그저 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생활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학교에서 상당한 수업 외적으로 업무도 가지게 되었고, 수업 상황에서 iPad를 활용하는 형태도 꽤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언제 이 기회를 또 마주하겠냐는 생각에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ADE의 지원서는 '2분을 넘지 않는 동영상' 형태로 제출해야 했다. 2분을 절대 넘지 않는 길이여야 하며, iPhone이나 iPad 또는 Mac 등 Apple의 기기를 사용하여 제작한 영상이어야 했다. 내용적으로는 '학습 환경의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 내고 있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지, 학생뿐 아니라 동료 교사, 학교 전체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등이 포함되어야 했다. iPad를 이용하여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음에도 수업에서의 사례만 생각해 봤지, 학습 환경의 혁신이나, 긍정적인 영향력 등의 표현으로 나의 활동을 표현해 본 적은 없었다. 너무나도 막막했다. 그래서 주제를 나열해 두고 내가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도저히 2분 이내로 제작이 불가능했다. 나열한 내용들을 추리고 추려도 3분, 2분 30초... 

 

수차례의 편집을 거듭한 끝에 정확히 '02:00'의 재생 시간을 가진 영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말도 엄청 빠르게 하고,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을 넘겨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ADE 2023 지원 동영상. 2분을 넘지 않으려고 정말 여러 차례 편집에 편집을 거듭했다.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 신청서를 제출했던 이메일 주소로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막연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ADE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는 아주 기분 좋은 메일이었다. 이 이메일 이후로 ADE의 다양한 커뮤니티 및 초대 절차를 안내해주는 메일, 교통편을 체크하는 메일, Institute 참석에 관한 정보를 안내하는 메일이 연달아 도착했다. ADE에 선정되었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때쯤 학교에도 6월 말 호주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는 내용을 자세히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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