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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 [명사]먼지처럼 아주 잔 부스러기.

 

 

 아무 글이나 쓰기로 했다. 그래, 티글을 모아보기로 했으니까!

 

  올해로 5년차가 되었다. 발령을 받고 학교일이 힘들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도 크게 바뀐게 없는듯 하다. 월요일은 죽도록 싫고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 실수도 잦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면 모든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의 눈빛에 괜히 드는 미안함, 책임감을 원동력으로 일을 한다. 다른 선생님들을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그분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ㅎㅎ 

 

  발령 초기에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봤다. 연수도 신청해서 듣고 연구회 모임도 여러 곳 나가봤다. 그러나 뭔가 된듯한 느낌은 그때 뿐이었고 학교, 교실은 그대로 힘들었다. 나는 그 이유를 나의 나태함으로 돌렸다. 가만히 있으면 머물러 있는듯한 불안감이 들었다. 이는 곧 강박이 되었다. 어느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선생님이 아닌듯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작년 초 어느 일요일, 터미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데 문득, 다음 날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너무 한심해보였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어가 노트와 펜을 사서 내일 수업 계획을 짜다가 '아차'싶었다. 이건 아니잖아? 

 

 그날 이후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지냈다. 퇴근 후에는 먹고, 마시고, 놀고만 반복했다(한글을 깨우친 이후 최저독서량 기록을 세운 해다). 부담이 사라지니 잠도 편히 잤고 건강도 회복했다.  '내가 원래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었나?'싶은 한 해를 보냈다. 교사가 행복하니 교실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를 살펴보지 않고 모든 이유를 밖에서만 찾으려 했으니 잘 안된 것이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것, 내 역량을 교실에 녹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점에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여날여실을 시작했다. 하루하루 즐겁게 이어나가고 있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여날여실의 모습은 다를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공간이 '교사가 수업/학교에 필요한 무엇을 한다'가 아닌 '교사가 무엇을 한다'로 꾸며졌으면 좋겠다. 뭐든 좋다. 교사가 즐겁게 뭔가를 하면서 나오는 역량, 감정은 교실에 그대로 녹아들 테니까.

 

 첫글과 어떻게 종지부가 찍어질 지 모르는 마지막 사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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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