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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는 보안상 와이파이 존이 아니다. 와이파이가 필요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운용이 된다. 우리 학교는 컴퓨터실 한 곳에서만 무선인터넷이 가능했다. 아마 교육청에 보고할 때는 무선인터넷 설비가 갖춰진 학교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무선인터넷 유무 O,X로 표시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서른 개가 넘는 학급,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 와이파이는 유명무실했다.


 학교에서는 스마트 기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심지어 어떤 차시에는 스마트 기기가 학습준비물이다. 사회시간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조사, 과학시간 동물이나 식물의 이미지 검색, 영어시간 다른 나라의 문화 알아보기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수업 내용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기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없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공기계를 제공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선 인터넷이다. 학생들은 전화랑 문자는 되지만 데이터는 개통하지 않거나 한 달 제공 데이터가 500mb 정도로 적어 사진을 로드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교사의 핫스팟을 켜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데이터 사용 경고 문자가 날아온다.


 올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쌍방향수업, 교사의 수업 자료 제작 및 업로드를 위해 한시적으로 반에 공유기를 설치해 주었다. 무선 인터넷이 교실에 들어오자 아이디어로만 있던 것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강낭콩 라이브'였다. 

 

 몇 년 전 지구와 관련한 과학 단원의 수업을 준비하던 중, 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주정거장이 24시간동안 지구를 돌며 지구를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학교에서도 관찰 생중계를 통해 배추흰나비나 학급에서 기르는 식물 등이 자라는 모습을 학생들이 주말이나 밤에도 쉽게 관찰하게 하고 싶었다. 관찰할 대상과 카메라는 있지만 무선 인터넷에서 막혔던 아이디어였는데 이번이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침 이번 과학에 강낭콩의 한 살이를 관찰하는 단원이 있었다. 웹캠과 노트북을 연결하고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을 잡은 후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본 라이브를 시작했다. ‘나도 이제부터 강낭콩 집사 – 강낭콩 라이브’라는 제목이었다. 라이브는 74일간 이루어졌다. 

 

우주정거장에서 본 지구(라이브). 출처, 유튜브


 실시간 방송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중계와 동시에 영상을 녹화했다. 녹화한 영상은 두 가지 종류의 영상으로 업로드했는데 첫번째는 관찰일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무편집 영상이었다. 학생들이 매일매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루 동안의 녹화분을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 하였다. 두 번째는 배속영상이었다. 과학 교과서에서는 해당 단원이 열 두시간 만에 끝난다. 하지만 강낭콩은 몇 달동안 키워야 한 살이를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배속영상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강낭콩의 한 살이를 모두 볼 수 있게 하였다. 두 달 반정도의 시간동안 매일 자료를 저장하고 편집해서 업로드하였다. 그 결과 씨를 심는 것에서부터 떡잎, 본잎, 줄기, 잎, 성장, 꽃, 열매의 한살이자료가 모두 완성되었다.

 

 

[과학 4-1-3]'식물의 한 살이' 강낭콩 한살이 영상

과목 과목 학년 4 학기 1 단원 3 단원명 식물의 한살이 주제 강낭콩 한살이 영상 ⓒ 2020. 월셔. All rights reserved 💡 본 게시글은 자료만 공유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스크랩 혹은 링크를 이용하여 공

ynys-classroom.tistory.com

 

 74일어치의 강낭콩 영상자료를 만드는데 많은 인력도, 큰 예산도, 비싼 장비도 필요하지 않았다.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와 이를 가능케 한 작은 환경의 변화였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무선 인터넷이 교실에 안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 나올법한 부작용을 걱정하여 새로운 기술이나 흐름을 막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변화가 교사와 만나게 되면 교실과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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