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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는 낯을 안가리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교직의 특성상 사람을 대하는 것이 능숙하다는 것은 교직에서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무던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도 아이스 브레이킹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성격으로 학교에 있으면 가장 두려운 날이 있다. 바로 학생들과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새학기 첫날이다. 

 

 학교는 1년 단위의 프로젝트 그룹같다. 1년의 계획을 세우고 그에 알맞게 구성원들이 모여 1년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1년을 위해 이합집산한다. 1년이 지나면 같이 지내던 선생님들이 떠나고 새로운 선생님들이 학교로 온다. 선생님들과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과는 다르다. 첫날, 교실에 들어가면 모든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교사인 나는 주도적으로 교실에서의 상황에 임해야 한다. 

 

 학급경영과 관련한 책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새 학기 첫날에는 교실에 미리 가서 학생들을 기다리다가 학생들이 오면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좋다는 것. 이름을 물어보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등등의 요소를 추가해도 좋다. 학생들이 새 교실에 환영받는 느낌을 가지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의도이다. '올해는 부디...'하면서 시도해 보려 하지만 결심은 잠시뿐이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라 해도 처음의 어색함을 참는건 힘들다. 결국 견디다 못해 연구실로 물러서게 된다. 연구실에서 일을 하다 수업시간에 맞추어 들어간 후 쭈뼛쭈뼛 인사를 시작한다. 늘 이렇게 학기가 시작된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작년 학생들이 반가움과 동시에 그립다. 

 

 인사를 하기 바쁘게 학기는 빠르게 흘러간다. 수업, 행사, 상담, 보충지도 등등 매 순간이 정신없다. 그렇게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어색함은 사라진다. 이후 매일매일의 시간속에서 아이들은 내 마음속에 스며들듯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땐 당장의 할일들에 눈이 팔려 잘 모른다. 그러나 달력이 몇 장 안남게 되면 스며듦이 꽤 많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기말엔 성적 시즌이 돌아온다. 학생들의 통지표를 작성하면서 만남부터 지금까지 학생들과 함께 해왔던 것들을 전부 되짚어보게 된다. 빠르게 지나간 몇 개월의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간 정이 많이 들었음을 느낀다. 동시에 곧 헤어져야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생긴다. 종업식날은 그래서 좋지만은 않다. 시원섭섭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먼저 만나야했고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학기초엔 접촉의 기회가 없어 학생들과 이전처럼 친해지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예외겠거니 했지만 학기말인 지금, 여지없이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워할 친구들이 또 늘어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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