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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심해져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던 중이었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온라인 수업을 만들면서 의문이 들었다.

 

'얘네들, 잘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e학습터 내에서 출석, 수업 진도 모두 잘하긴 하지만 원격연수를 들을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수업보다는 흘려보내는 부분이 더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이 질문, 눈빛, 대답하는 뉘앙스, 문제를 푸는 속도, 풀이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에 맞는 다음스텝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아니다. 영상안에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 생각해봤을면 좋겠을 부분들을 가득 채워 넣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송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답답했다.

 

 특히 수학에서 고심이 커졌다. 초등학교의 대부분의 과목은 교과서를 잘 읽으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사회나 과학은 학문적인 분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체능 과목처럼 글 밖에서 실제로 해보는 부분도 있지만 이 부분 또한 교사가 조금씩 봐준다면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수학은 개인차가 큰 과목에 결손누적을 따라잡기도 어렵다. 글을 읽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국어과목을 한 학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다음 학년에서 따라가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수학은 지난 학년의 내용을 모르면 그때부터 조금씩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진다. 

 

 1학기까지는 전면등교를 했으나 2학기부터는 일주일에 나올 수 있는 날이 기존 5일에서 2일 혹은 3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등교수업은 주로 학생들이 직접 해봐야 하거나 교사의 안내가 필요한 예체능 수업이나, 평가 등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보충지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게다가 방역지침 때문에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남겨서 함께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상황. 고민중 문득 군대 동기가 요즘은 원격으로 과외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들도 나도 시간이 나는 때는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이었고 장소의 한계를 넘어보기로 하였다. 

 

 원격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선 약간의 세팅이 필요했다. 먼저 원격 수업의 플랫폼이 필요했다. 회원가입이 필요없는 줌(zoom)으로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날 휴대전화를 꺼내서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뒤 줌 사용 실습을 진행하였다. 두번째는 거치대였다. 내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아이들이 볼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내가 볼 수 있어야 했다. 거치대를 산 뒤 카메라를 부착하는 위치와 보는 방법까지 모두 살펴본 후 가장 좋은 방법을 아이들에게 안내했다.

 

 

옆으로 조금만 돌ㄹ...아냐 선생님이 알아서 잘 볼게ㅎㅎ

 

 

 진단평가를 본 후 보충지도가 필요한 친구들을 정했다. 그리고 각각의 스케쥴을 고려하여 수업시간을 잡았다. 학생들의 수준이 비슷하면 그룹을 만들어서 공부를 해도 된다. 하지만 원격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면서 수업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학생마다 접근해야 하는 공부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1대1로 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지침 변화로 등교 일정이 계속 바뀌었고 학생들도 나도 갑자기 일정이 생겨 시간이 엇갈렸다. 약속을 잊어 줌에 안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잘 안된다고 그만하자고 할 수는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줌과 문자메세지를 같이 활용하기로 했다. 줌으로 함께 공부를 한 다음 관련 문제를 문자로 보내면 학생이 그 문제를 해결 한 뒤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는 식으로 보충지도가 이루어졌다. 수학문제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일일수학 홈페이지(11math.com/)에서 세 문제를 골라 매일 아침에 문자로 학생들에게 보냈다. 어떤 아이는 오전에, 어떤 아이는 저녁에, 어떤 아이는 밤에 풀이를 보냈다. 문제를 푸는 장소도 모두 달랐다. 자기 방 책상에서, 거실 식탁에서, 부모님의 일터에서 문자를 보내왔다. 가끔 다음 날 2일치를 보내는 아이도 있었다. 문제를 풀어서 보낸게 어딘가 싶어 틀려도 다시 풀라 하지 않았고 다음 날 문제를 보낼때 약간의 충고를 더하기만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따라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실력이 좋아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방법이라 여겼던 '아이들을 교실에 남겨 붙잡고 있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었다. 3학년 정도의 곱셈을 하던 친구들이 2주정도 만에 지난학기에 했던 곱셈을 능숙하게 하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이 잘 따라와준 것이 크다. 하지만 적은 문제수로 부담이 없었던 것과 스마트폰으로 장소의 제약이 없었던 것 또한 좋은 요인이 된 것 같다. 

 

 전체 교직생활을 30여년이라고 했을때 나는 앞부분에 서 있다. 이번 온라인 상황이 바꿔놓은 풍경을 보며 짧은 시간 학교에 있었으면서도 타성이 조금씩 생겼음을 느낀다. 서서히 무뎌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내야겠다. 당연한것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첫해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한 해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교사로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견고해지는 느낌이 있다. 계속 배우고 있다.

 

 

 문제풀이는 계속 배송중이다. 이번 학기가 지나갈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학기가 끝날 즈음 학기초에 풀었던 진단평가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처음에 풀었던 문제지와 비교하여 많이 좋아졌음을, 그리고 그동안 풀었던 문제의 수가 이렇게 많이 쌓였음을 이야기해줘야겠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가슴 속을 간질이는 무언가도 채워가기를. 

 

칭찬의 순간은 늘 어색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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