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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케틀벨에 맛을 들였다

 처음 발령을 받았을때 학교는 벅찬 곳이었다. 교실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퇴근시간까지 숨을 돌릴 틈이 하나도 없었다. 학급 관리가 서툴다 보니 학생들은 학생들 대로 문제상황을 만들었다. 매 시간 갈등이 생겼다. 방과후엔 학부모님들의 전화를 계속 받았다 . 문제를 해결하고자 책도 읽어보고 연수를 들은 후 교실에 적용해 보려고도 했지만 실패만 반복했다. 퇴근 즈음이 되면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저녁을 겨우 챙겨먹고 침대에 누워 힘들었던 하루를 내내 곱씹다가 잠드는 것이 퇴근 후 삶의 전부였다. 

 

 소모적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몰라 쌓아두기만 했다. 점점 학교가 질려가기 시작했다. 출근하기가 무서웠고 생각이 많아져 불면증에 시달렸다. 주말에는 폭식, 폭음을 반복했으며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소진되어갔다. 학교에서 어떤 감흥도 느끼지 않았고, 생각도 없었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한 상태로 멍하니 보냈다. 교실에서도 대화보다는 신경질이나 혼냄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럴거면 교사를 그만둬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냈다(버텼다는 말이 정확하다). 어느날, 방과 후에 연구실에 모이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어떤 선생님께서 나에게 배드민턴을 같이 치자고 하셨다. 하기 싫었지만 못내 알겠다고 하였다. 시간을 잡은 후 체육관으로 갔다. 만약 이날 체육관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교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체육관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 30분동안은 체육관에 온 것을 후회했다. 머릿속엔 줄어든 휴식시간에 대한 아까움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졌다. 조금만 하다 나올 예정이었지만 2시간을 쳤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간만에 잠도 푹잤다. 늘 죽겠다는 생각을 달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살 것 같았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배드민턴을 치러 나갔다. 하루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의 운동시간은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땀으로 빠져나가게 해주었다. 몇 주 뒤 더 이상 힘든 하루를 곱씹으며 저녁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었다. 감흥과 의욕이 살아났고 스스로 활기가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출근시간이 더 이상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시간이 아니게 되었다. 교실에서의 모습도 바뀌기 시작했다. 힘든 건 그대로였지만 학생들의 감정을 받아주고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 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3,4회 정도는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보다는 스트레스 조절이 목적이다. 교사들끼리 흔히 교사는 감정의 쓰레받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학생들과의 상담이나 학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감정을 받아주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슬픔, 안타까움,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교사에게 오롯이 남아 교사를 괴롭힌다. 또한 학생들의 행동에 감정이 생기지만 최대한 배제한 채로 상담을 진행하거나 반복적으로 지도하면서 느린 변화를 기다려줘야 하는 순간들도 생긴다. 교사도 사람이다. 유한한 감정의 그릇을 가지고 있고 다 차면 비워줘야 한다. 그리고 감정의 찌꺼기 없이 교실에 들어가야 곡해되지 않은 시야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꼭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모든 선생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했으면 좋겠다. 

 

 운동하러 가야겠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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