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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는 친화회라는 모임이 있다. 학교, 지역에 따라 화락회 혹은 친목회라고 불린다. 친화회는 교직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행사기획, 결혼, 출산, 부고, 퇴직 등을 챙기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구성하고 있다. 친화회는 가입한 교직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회칙에 따라 금액을 집행한다. 학교 차원에서 좋은 일은 축하해주고 슬픔을 나누자는 모임이기에 취지는 좋으나 문제도 많다. 

 

 먼저, 친화회 임원이다. 친화회 임원은 주로 회장과 총무(혹은 부회장)으로 구성된다. 임원으로 선출되면 1년간 친화회 업무를 수행한다. 회식이 있는 경우, 회식장소를 예약하고 야유회가 있는경우엔 장소를 예약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교직원 및 가족의 결혼식이나 부고가 있을땐 직접 가서 축의금을 전달하거나 부조를 해야 한다. 큰 학교의 경우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이 생기기 때문에 은근 바쁜 일이다. 

 

 보통 학교의 행정업무는 경중에 따라 학년을 배려받는다. 상대적으로 생활지도가 어려운 1,6학년의 경우 가벼운 행정업무를 받는 식으로 조정이 된다. 하지만 친화회 업무는 학교의 공식 업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화회 임원이 되면 지금 하는 일에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격이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친화회 임원이 되는 것을 꺼려한다(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임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 학교 문화상 결국 경력이 낮은 교사들이 임원을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경력이 낮은 사람들이 임원을 하게 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교사들끼리 하는 이야기로 '친화회는 잘 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는 자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기보다 어린(?) 친화회 임원들의 장소 선정이나 지출액 집행이 맘에 안들면 바로 항의전화나 쪽지가 들어온다. 

 

 두번째는 친화회비의 비정상적인 배분이다. 친화회비는 결혼, 출산, 승진, 부고, 퇴직에 대부분의 돈을 지출한다. 이는 학교 전체 인원에 있어서는 소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계속 내지만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나는 학교에 있는 동안 친화회비를 100만원을 넘게 냈다. 하지만 돌려받은 돈은 1년의 친화회가 끝나고 결산할때의 잔액인 몇 천원 정도의 돈이 전부다. 회원들이 돈을 내면 적어도 모든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축하해주거나 슬픔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따로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한다. 돈이 이중으로 나가는 문제도 발생한다. 

 

 물론, 친화회는 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에 만약 돈도 안내고 도움도 안받고 싶다면 안하면 된다. 친화회가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임원을 구성하고 운영하면 될 일이다. 친화회의 마지막 문제점이다. 대부분의 친화회는 자동가입이다. 가입여부를 선택하는 절차가 없다. 발령을 받으면 친화회비로 환영회식을 열어준다. 당연히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교사는 분위기에 묻혀 강제로 혹은 원래 하는것인가보다 생각하며 회비를 내게 된다. 

 

 자취생활을 하다보면 1,2만원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지난 4년간 돈은 돈대로 나갔지만 돌려받은 것은 없었고 그래서 작년에 학교 친화회를 탈퇴하려고 했다. 학교는 튀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장을 맡게 되신 선생님께서 총무를 부탁했다. 거절하면 회장인 선생님이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년간 총무를 맡게 되었다. 임원이 탈퇴를 할 수는 없기에 바꿔놓고 가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학교는 내역별 지출금액이 생각보다 컸다. 몇몇의 사람이 모든 혜택을 받게 된다면 회비만 내고 혜택을 받지 않는 인원들에게 지금의 회칙은 합리적이지 못했다. 회비 지출액을 손보기로 했다. 

 

공개하긴 좀 그러나 지출액 부분이 생각보다 컸다. 모자라서 돈을 더 걷게 되는 해도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전체회의가 어렵기 때문에 지출내역 중 몇몇 항목의 지출액 경감, 달마다 납부하는 친회회비 경감을 내용으로 설문을 제작해 선생님들께 공유하기로 했다. 돈과 관련되어 있기에 친화회 회칙에서 지출내역은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회원들의 연령, 경력, 상황에 따라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선이 모두 다르기도 하다. 대면 상황이 아니라 오해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설문 문항마다 금액을 왜 줄이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유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몇 번을 검토했다. 

 

 설문 기한이 되어 응답을 확인하는 날이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설문 사이트를 열었다. 반반일것 같았던 결과는 의외였다. 설문한 사람들 중 지출액 경감에 동의한 비율이 90%가 넘었다. 친화회 회칙은 회원 모두가 모인 전체회의 자리에서 의견을 내고 의결을 한다. 돈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느라 의견을 내지 못했던것 같다. 그러나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친화회도 점점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 해, 친화회는 필요한 곳에서 제기능을 잘 해주었다. 납부액은 줄었고 회원 1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었다. 

 

 올해 나는 학교를 옮긴다. 다음 학교는 개교를 하는 학교이다. 아마 그 학교에서도 친화회가 구성이 될 것이다. 아예 새롭게 구성되는 만큼 친화회가 필요악이 아닌, 이름 그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생각이 잘 모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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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출처(몽당분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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