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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시간은 흐른다. 우리는 시 단위로, 분 단위로, 초 단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느껴본 적이 있을까? 그저 '어느덧 1월이 끝나가네' 정도가 아니었을까. 

 

문득 창 밖을 내다보다가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한껏 눈이 내린 바깥 풍경은 15시 42분에도, 15시 43분에도 똑같았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고, 하얀 눈들과 구름 덩어리들도 그 자리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카메라를 켰다. 삼각대를 세우고, 긴 시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타임랩스 모드를 설정했다. 30분을 내리 촬영했다. 1초씩 흘러가던 내 시간을 강제로 몇 분 단위로 건너뛰어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평상시 느끼던 시간의 흐름보다 더 긴 보폭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는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 같지 않던 구름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고, 눈들은 조금씩 바람에 흩날려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고작 30분짜리 타임랩스에서도 우리는 평소 보지 못했던 변화와 흐름을 알아챌 수 있었다. 

 

1년을 단위로 바라보는 능력이 생긴다면, 10년을 아니 1억년을 단위로 바라보는 능력이 생긴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더 큰 흐름 속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깨닫거나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순간을 산다. 순간에 집중하며 순간이 전부인 것처럼 산다. 그 속에서 함께 변화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순간인 듯 산다. 가끔씩은 조금 더 넓은 시간의 폭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유연한 흐름에 우리를 넣어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30분간 촬영한 타임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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