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왜 이렇게 침대를 벗어나기가 싫은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빠르게 느껴지는지, 학교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왜 이렇게 차에서 내리기가 싫은지. 왜 이렇게 출근을 하기가 힘든지...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어서 걸리는 병을 '월요병'이라고 한다. 이제는 '화요병', '수요병'도 생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다 그냥 이렇게 부르면 되겠다.
'출근병'
학교에 도착해서 툴툴거리면서 교실에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하나 둘 등교를 한다. 그 때부터는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물 흘러가듯 생활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떠올릴 틈조차 없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또다시 마주하는 생각.
'아..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오래 걸리지 않아 답을 찾아냈다. 학교까지 찾아온 코로나 19 때문인 듯했다. 나는 올해 2월 초, 2학년을 맡게 된 뒤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다. 저학년 교과서는 주로 활동 위주로 되어 있기에, 자유롭게 아이들과 놀이도 하고, 바깥 활동도 하며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1학기를 보낼 학습 준비물 목록을 작성하면서도 코로나 19가 이렇게까지 변화를 강제할 줄은 몰랐다.
교과서와 함께 배워야 할 내용들 중 대다수는 '재미 없는' 활동으로 재구성해야 했다. 물론 다양한 놀이 활동은 교실에서 모두 지워졌다. 우리 마을을 배우며 해야 했던 '시장 놀이'도, 봄을 배우며 함께 즐겨야 했던 '봄나들이'도, 전래동요를 배우며 해야 했던 '전래 놀이'들도 모두 지워졌다.
남아있는 활동이라고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저학년의 경우 거의 모든 활동이 '모둠'으로 이루어진다. 모둠 활동을 하면서 함께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존중하고 배려하고 갈등을 조율해 가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연습을 한다. 그러나 모둠활동 또한 지워졌다.
활동의 규모는 작아지고, 수업의 폭은 줄어들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양한 재료를 마주하지 못하고 그저 PPT 화면이나, 흰 활동지만 마주하게 되었다. 그마저도 닭장같이 철저하게 칸칸이 구분되어 줄 지어 선 책상에 앉아 말이다. 그런 수업을 준비하고 실제로 아이들에게 소개하면서 나도 정말 수업을 하기 싫을 때가 많다. 내가 하기 싫은 수업은, 물론 티를 내지 않으려 엄청나게 노력을 하지만, 아이들도 하기 싫어한다.
나는 학교 가는 길이 '가고 싶은' 소중한 길이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도.
"차라리 마스크 벗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 원격 수업 할 때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이 아이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한다. 안타깝지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저 다독이며 '그럼에도 오늘을 재미있게 지내보자'는 표현만 건넬 수밖에.
언제쯤 학교 가는 길이 다시 즐거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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