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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첫눈이 내렸다. 첫눈 치고는 꽤 많은 눈이 오래 내렸다. 그제야 나는 겨울의 한 복판에 들어와 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나는 '아니 왜 벌써부터 이렇게 춥지?'하고 생각했다. 아직은 추울 때가 아니라고, 아직은 겨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겨울은 특징이 뚜렷했다. 우선 눈이 와야 했고,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곳이 많아져야 하고, 우리 반 아이들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선생님 나가서 눈싸움하고 싶어요!"
올해는 그 특수한 상황 때문에 모든 것이 일그러졌다. 눈싸움하자고, 추우니까 히터 온도를 높여달라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없다. 사물함에 잔뜩 쌓여 있는 겨울맞이 학습 준비물도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나는 겨울이 왔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눈이 내린 것이다. '눈이 오네?'라고 생각하며 날짜를 떠올렸을 때, 정말로 깜짝 놀랐다. 어느새 12월 중순이었다. 눈이 오고도 남을, 겨울이라고 생각하고도 남을 시기였다. 그 간의 영하를 밑도는 추위는 그럴 만했던 추위였고, 여느 때와 같은 추위였다. 나만 몰랐던 겨울이 와 있었던 것이다.
내년의 겨울은, 아니 봄과 여름과 가을 모두 내가 알던 그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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