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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학급일지, 그동안의 여러 시도

 학급 일지를 꾸준히 쓰는 일은 교사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굳이 담길 내용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일지의 주요 내용이 되곤 한다. 아이들이 싸웠던 일, 누군가가 넘어졌던 일, 학부모의 요청사항, 나의 수업 기록 등 정말 수많은 정보들이 담기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학급일지를 몇 년째 시도해 보면서도 '나한테 딱 맞는 방법은, 이거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초등 교사 모임에서 제작한 다이어리를 사용해 본 적도 있다. 아담하고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제작된 다이어리라 일지로 쓰기에는 적절해 보였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일주일 만에 사용을 포기했다. 정말 좋은 다이어리였지만, 나의 필요성과는 살짝 방향이 달랐다. 다이어리에 맞추어 나의 학교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도 뭔가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여러 선생님들이 각자의 스타일에 맞추어 직접 제작한 학급 일지의 PDF 파일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는 아이패드를 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필기 앱을 이용하면 손쉽게 사용하기 좋을 것 같았다. 한 동안 사용을 해보니 꽤 만족스러웠다. 작성한 내용이 컴퓨터에도 동기화가 되고, 학부모들이 보낸 문자를 바로 캡처해서 삽입할 수도 있었다. 필기를 검색하기도 좋았고, 별다른 필기도구 없이도 다양한 펜과 형광펜 효과를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바로 직관성이었다. 종이로 된 학급 일지는 바로 펼쳐 쓱 적어내려갈 수 있지만, 아이패드로는 그러하지 못했다. 패드를 켜야 하고, 잠금을 해제해야 하며(얼굴 인식이라 마스크를 쓴 요즘은 더욱 힘들다), 필기 앱을 켜서,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을 해야 했다. 급하게 무언가를 확인하고, 급하게 적어 내려 가기에는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게 느껴졌다. 나는 아이패드 찬양론자임에도, 학급일지만큼은 '어렵겠다' 싶었다.

Ⅱ. 새로운 시도, 3공 바인더 일지

학기 말이 되면, 다음 학년도를 준비하는 여러 상품이 나오곤 한다. 올 해도 어김없이 학급일지 소식이 들려왔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기존의 다이어리 형식에 더불어 A4 크기의 3공 바인더 형식의 일지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이번 3공 바인더 일지 또한 다양한 양식의 속지를 제공해 준다. 다만, 기존의 깐깐하고 까탈스러웠던 나의 일지 실패기를 되돌아보면 이번이라고 100% 만족스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3공 바인더 일지를 구매한 까닭은, A4 크기의 3공 바인더라는 형식 때문이었다. 조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종이를 만들어 끼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다가왔다.

평소 사용하던 일지와 비교하자면 상당히 크다. A4 크기의 종이가 들어가야 하는 만큼 크기가 커져야 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반투명 형태의 자가 함께 들어 있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둘 수 있는 형태로, 페이지를 오고가며 고정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올해 학교를 옮기고 고생했던 부분이 각종 사이트의 계정이었다. 학교에서 물품을 구매하려면 학교 기관 계정을 가진 쇼핑몰을 이용해야 하는데, 쇼핑몰의 종류도 한정적이었으며 각 사이트마다의 계정과 비밀번호도 달랐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패드에 잘 적어두기는 했는데, 매번 찾아서 쓰자니 그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곤 했다.

월간 일정을 적어둘 수 있는 부분은 일자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물론 일일히 써넣으려면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시작 달과 끝 달을 원하는 대로 지정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만했다.

담임을 맡으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아이들의 출결이다. 병 결석, 출석 인정 결석 등 결석의 종류도 다양하다. 각 결석마다 처리해야 하는 방식도 다르고, 연간 이용 가능한 일수가 정해져 있기도 해서 정말 정확하게 파악해 두어야 한다. 교외체험학습(출석 인정 결석)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듯했다.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서 점점 수행평가 기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행평가 체크리스트는 실제로 사용하게 되면 조금 수정해서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단순 칸칸이 나누어진 형태가 아니라, 특이사항을 적어둘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싶다. 이런 것이 3공 바인더의 장점이 아닐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일 페이지다. 일일 체크리스트, 수업 기록, 주요 안내사항 등을 적을 수 있는 칸이 있다는 것은 여느 일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아까 앞서 말했던 '반투명 자'를 가져다 끼우면 아이들의 이름을 매번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좋았다.

프로젝트 구성을 위한 재구성 칸이나, 각 수업의 세부 흐름을 계획할 수 있는 칸도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과의 상담 기록을 할 수 있는 페이지가 꽤 두껍게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 별로 '학생 상담카드' 페이지를 구성하고, 앞뒤로 상담 기록을 남기는 형태였다. 담임을 맡게 되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소소하지만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이 '예산 기록장'이었다. 올해 체육 업무를 맡으면서 예산과 지원금 때문에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이렇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업무를 시작해서인지, 중간중간 추가되는 예산과 지원금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학급 운영비, OO교육 운영비, XX우수학교 지원금 이라며 꽤나 많은 금액을 학급별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 또한 명확하게 기록을 해 두고 잔액을 관리하지 않았더니 사용에 어려움이 컸다. 예산 기록장 하나만큼은 정말 누구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회의 기록장도 뒷부분에 한가득 들어 있다. 실제로 이 일지를 사용하면서 회의 기록장은 통째로 덜어내고 사용할 것 같다. 회의 기록만큼은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이용해서 정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패드나 노트북으로 작성한 회의록을 손쉽게 프린트할 수 있으니, 구멍을 뚫어 3공 바인더에 넣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학교를 옮겨서 담임을 맡게 될지, 전담을 맡게 될지 몰라 추가로 판매하는 종류의 속지를 따로 구매해보았다. 

하나는 주간학습계획 속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각 수업을 구성하고, 준비물이나 자료들을 계획하여 체크할 수 있는 양식이었다. 주간학습안내를 작성하면서 종종 빠뜨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전담 일지 양식이다. 사실 담임을 맡지 않으면 일지를 크게 써야 할 상황은 없다. 아이들 상담도 거의 없고, 담임만큼 다양한 수업을 한 번에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반마다 다른 진도 관리나, 전담 시간에 이루어지는 각종 생활지도까지 꼼꼼하게 기록을 하려면 일지가 필요하게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쓰기에 딱 필요한 행사들, 아이콘들이 들어있는 스티커도 함께 제공해준다. 내년에는 코로나 19 상황이 좀 나아져서 저 스티커에 있는 각종 학교 행사들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Ⅲ. 그래, 해 보자!

또 새 학기의 새로운 기대감을 갖고 새로운 형식의 일지를 마주했다. 위에 한참을 일지의 내지 소개로 채웠는데,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 일지의 핵심은 내지의 다양함이 아니다. 바로 3공 형태라는 점이다.

언제든, 무엇이든, 어디에든 원하는 자료를 넣어서 체계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 싶다. 마치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교대생이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단권화를 해 나가는 것처럼, 교사가 된 우리도 그러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이번 일지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미 두껍지만, 더욱 터질듯이 빵빵해진 일지를 내려놓고 마음 편히 다음 해 사용할 일지를 재주문하는 2021년의 12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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