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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1학년을 만난 건 첫 교생실습때였다. 실습학교에서는 교생들에게 참관 시간표를 주고 수업을 참관하게 하였다. 실습기간은 5일밖에 안되는데 교생은 많다보니 여섯 학년을 다 보는 것은 어려웠고 저학년,중학년,고학년 정도만 참관할 수 있었다. 마침 저학년 중 1학년 수업이 있어 참관하게 되었다. 그날 내가 본 수업은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긴 하지만 계속 움직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혼잣말을 하거나 손장난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동기들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서 되겠나', '아이들이 불쌍하다'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교실을 나왔다. 몇 년 뒤 , 나는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1학년은 힘들었다. 보통의 수업은 학생들이 책상에 앉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수업 중에 돌아다니거나 바닥에 앉아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면 갑자기 교실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수업시간과 쉬는시간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수업중에 갑자기 장난감을 꺼내서 놀거나 쉬는시간이 끝났는데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어 불러와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무리 이야기하고 타일러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답답했다. '도대체 왜 이럴까?'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1학년을 하던 당시 웹툰을 보다 공감이 가서 캡처해둔 장면이다. 출처: 네이버웹툰 야채호빵의 봄방학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 때다.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그동안 수업시간에 함께 배웠던 내용들을 술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봤다. 수업중에 집중을 안하던 아이였다. "그동안 다 듣고 있었구나?"라고 물어보니 "네!"라고 답했다.

 

 '분명 제대로 안듣고 있었는데...'

 

  다음 날 수업 중간중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돌아다니면서 듣는 아이도, 색연필로 뭔가를 끄적이면서 듣는 아이도, 선생님 책상에 와서 나를 빤히 보던 아이도 제대로 답을 했다. 잘못 생각한 건 나였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을 봐야만 수업을 듣는 것'이라 여겼고 '내가 보기에' 수업을 잘 듣지 않는 경우엔 꾸짖거나 혼냈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문득 교생실습때가 생각났다. 실습기간은 4월이었다. 아이들이 입학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어서 아직 책상과 의자가 어색할 때다. 갑자기 교실 뒤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니 약간 들뜨기도 했을 것이다. 담임 선생님의 눈에도 움직이거나 손장난을 하는 아이들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방식을 존중해주셨던것 같다. 교생때의 나는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처럼 단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반팔 티 안에 팔을 다 집어넣고 수업을 듣는 아이가 있으면 '반팔 티 안에 팔을 다 집어넣었구나'라고 생각하기로, 실내화를 벗고 양반다리를 하고 있으면 '실내화를 벗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즐겁게 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우리 학교 1학년 선생님 한 분이 일이 생겨 학교를 나오지 못해 반나절 정도 보결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4년만의 1학년이었다.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두 예뻤다. 역시 신이 나면 나와서 춤을 췄고 친구와 작은 다툼 후 울며 찾아오기도 했다. 종례시간, 잠깐 봤다고 그새 정이 들었는지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내고 동학년 선생님께서 힘들어하는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1학년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면 그건 1학년 아이들이 아니지. 가만히 있지 않아서 1학년 아이들이지'

 

ⓒ 2021. 월셔. All rights reserved

 

 

 

전국의 1학년 선생님들 힘내세요!

 

https://youtu.be/IQyFLSKrq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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