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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를 다니던 시절, '교육 평가'라는 과목을 공부하며 제대로 된 평가가 무엇인지, 어떠한 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어떤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한 학기를 할애하여 배웠던 것 같다. 정말 안타깝게도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교사가 되고 수년간 '제대로 된 평가'에 대한 고민과 시도 없이 '무난한 평가'만을 수행하던 내가 조금씩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대학원에서 마주한 한 수업 때문이었다. 대학원에서의 한 학기를 종합하여 내가 느낀 점은 '실수할 기회를 주자. 실수를 통해 바로 배울 수 있게 하자'였는데,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에서 마침 '피드백, 이렇게 한다'라는 평가와 관련된 책을 빠르게 읽어볼 수 있도록 제공해주셨고, 이 책을 읽으면서 '실수할 기회를 주는 방법, 그리고 실수를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피드백의 과정 전반에 대한 단계별 특징 및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결국에는 학습에 대한 책임이 학생으로 옮겨가는 '책임의 점진적 이양(GRR)'에 이르는 큰 사이클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올해 5학년 과학 전담을 하고 있다. 전담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면, 한 가지 과목을 심도 있게 준비해서 여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에 부담이 적다는 상황적인 특성과, 대학원을 다니며 새롭게 느끼게 된 '실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새로운 생각이 겹쳐져서 나는 이번 학기에 꽤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고 자부한다. 학습의 주도권을 나로부터 아이들에게 넘겨주고자 하는 시도도 많이 했으며, 생산적인 모둠 학습과 개별 학습이 두루두루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꽤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피드업'과 관련된 내용을 읽던 중이었다. 피드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파트너가 되어가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짧게는 차시, 길게는 단원, 학기에 이르기까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진행해 나갈 수업과 활동의 목표를 함께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학습에 대한 동기가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나오는 '순응만을 분명한 목적으로 내세우는 교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상당히 많은 활동의 책임을 부여하고,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만들어주고자 했음에도 그 모든 활동은 '나 혼자 설계하여 순응하도록 요구한' 활동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목표로 우리가 어떤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지 알려주지를 않았다. 꽤 뜨끔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책을 읽어나가다가 '나는 ~할 수 있다' 진술문을 알게 되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당 수업을, 활동을 모두 마친 후에 아이들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반영하여 리스트 업 한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목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기 초, '할 수 있다' 진술문을 보며 어떤 활동으로 채워볼 수 있을지 학생들과 함께 논의해 보는 과정을 꼭 거치고 싶었다. 

'나는 할 수 있다' 진술문을 리스트업 하기 위하여 만들고 있는 양식의 초안이다.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수업을 설계해보고자 한다.

 

  낸시(이 책의 공저자인 낸시 프레이-옮긴이)가 교육공학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질문 있나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좋아요, 그럼 다들 이해했다는 거죠, 그렇죠?"
  역시 반응이 없다.
"자, 이제 각자의 의견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봅시다. 음성이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갑자기 사방에서 손이 올라간다. 한 사람이 질문한다.
"저 좀 도와주실래요?"
                                                                                                                             -'피드백 이렇게 한다', 66쪽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이다. 고학년 선생님들은 종종 '아이들이 너무 발표를 안 해',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 하고, 반응이 없어'라며 속상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여느 교직원 회의라던가, 교직원 연수를 생각해보자. 외부에서 온 강사가 열심히 무언가를 전달하다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학년 교실보다 더 조용한 순간이 바로 그 강의장일 것이다. 

 

반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반응을 할 수 없도록 질문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위의 사례처럼 강의를 모두 마친 후에 "질문 있나요?"라고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것 만으로는 듣는 사람이 정말 이해했는지 알기가 불가능하다. 그저 강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스위치의 역할만 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수업 전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아이들의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다. 

 

'요약문 쓰기'라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아이들이 읽은 것, 배운 것, 관찰한 것, 한 것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는 아이들의 이해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수업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았다. 나는 다음 학기에 세 단어 요약하기를 해보고자 한다. 활동이 끝나거나,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에게 배운 내용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한 낱말 세 개를 선택해 적도록 할 것이다. 해당 내용들을 모두 모아 보면 가장 많이 나온 세 가지 낱말들이 추려질 것이다. 아이들과 그 세 개의 낱말을 가지고 문장 만들기를 해 보고자 한다. 한 수업에서 추려진 낱말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요약하거나 문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왕 피드백을 할 거라면 피드 배드(Feedbad)가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 학습자의 요구에 맞춘,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과 원동력이 되는, 그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고민을 소홀이 한다면 대부분의 피드백은 형식만 남은 Feedbad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나는 이 책을 다양한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관련된 연구회 활동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방대한 종류의 사례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혼자서 고민하고 실행하기에는 꽤나 무리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적인 형성평가를 의미 있게 진행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모여 실제적인 피드백에 관련된 내용을 함께 읽으며 공부하다 보면 우리 만의 노하우 또는 새로운 방안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꼼꼼한 공부를 통해 수업과 평가를 철저하게 설계하는 능력. 그것이 교사가 가진 전문성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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