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이번 방학의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온전한 재충전! 그러나 방학의 반 이상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재충전을 하려고 한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하는 것이 많다. 물론 나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재충전을 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평소에는 일상에 치여 생각만 했던, 꿈틀거리고 싶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씩 하면서 재충전을 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마음은 재충전을 하지만, 몸은 지쳐간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1. 대학원에 가 볼까?

경력직 신규를 뽑는다는 느낌이랄까..?

 나는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교대에서 진행하는 교육대학원에 재학중이다. 다행히 학기 중에 진행하는 과정을 선택해서 평소에는 매주 화, 목요일에 대학원에 가야 한다. 덕분에 방학에는 대학원 수업이나 과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 대학원을 등록하고 다니고는 있지만 머릿속에는 또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 다른 대학원에 가보고자 하는 바람이다. 

 나는 '교육 공학'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참 막연한 바람이다. 교육공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해본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수업을 들으며 막연한 흥미가 생겼고, 교수님은 흘러가는 듯 딱 한마디를 건네주셨다. "학생은 나중에 교사가 되고 공부할 기회가 생기면, 교육공학을 공부해보면 어때요?"라고 말이다. 그때부터 흥미는 관심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변화해갔다. 

 '교육 공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대 대학원에서도 비슷한 것을 다루기는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교육 공학이라는 것이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기에. 여기 저기 찾아보다 보니 '현실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곳은 손에 꼽을 만했다. 그중 하나가 교원대학교의 교육공학 전공이다. 아이고, 공부를 제대로 해보려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는데 교육공학에 대해 시험을 봐야 한단다. '교육공학을 배우러 가는데, 교육공학의 전공 서적 내용을 시험 봐야 한다니...' 툴툴거리며 교재를 주문했다. 

 그래도 근 10년간 꾸준히 공부하고자 했던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니, 열심히 공부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쉽지많은 않았다. 두꺼운 전공서적에 이런저런 최근 논문도 이해를 해야 한다고 하니 눈에 집어넣어야 하는 글자는 산더미고, 여유롭게 앉아서 글을 읽을 시간은 또 부족했다. 앞으로는 틈틈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고자 하는 일이다. 노력해보자. 

 

2. 미래교육포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사실 이건 내 욕심에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욕심은 욕심이 맞다. 지난 5월 초중통합학교를 소개하는 행사가 있어 전남 여수에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가는 길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학교가 설립되기 직전까지 개교 준비를 함께 했던 선생님께서 이번에 '미래교육포럼'이라는 행사의 한 팀을 꾸리게 되었는데, 가능하다면 함께 해 줄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그 당시 내 기분은 '왜 나를 선택했을까?'였다. 그리고 '내가 뭘 했었지?'로 이어졌고, '내가 뭔가를 했나 보다.'로, '내가 인정을 받았나 보다. 뭔진 모르겠지만.'으로, 결국은 '해 보자!'로 이어졌다. 

 오늘 글의 주제가 그렇지만 나는 참 사부작 사부작 바쁘게 산다. 게다가 우리 학교에서 업무 전담팀을 맡고 있어 학교의 회의나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시간도 참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함께 하겠다고는 했음에도 쭉 함께 하지 못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조모임이 있어서 다른 조모임을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셈이다. 회의가 있어서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마음만 불편한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방학을 하고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개별화 교육과정(보편적 수업 설계를 기반으로)'에 관련된 논의와 사례 개발을 통해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이 올해의 과제라고 한다. 마음이 참 무거웠다.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있음에도 '개별화 수업'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 나의 수업 사례를 개발하고,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막상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찌어찌해내기는 하겠지만, 긴 흐름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도 책을 제대로 읽어보려 조용한 카페에 왔는데, 책을 읽기가 싫어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3. 중학교 자유학기제 강의

 방학을 며칠 앞두고 나는 우리 학교(초-중 통합)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자유학기제 강사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과정 명은 '디지털 드로잉'이다. 사실 이런 저런 그림을 끄적이고, 사람을 캐릭터 화해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몇 번 한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양했다. 가장 큰 마음은 '내가 뭐라고..'였다. 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시간 정도 특강의 형식으로 함께 그림 그리는 방법을 공유하고, 그림을 그려보고 피드백하는 정도의 과정이라면 고민도 안 하고 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17주에 걸쳐서 매주 두 시간씩 진행해야 하는 수업을 할만한 커리큘럼이나 콘텐츠 자체가 나에게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게 된 계기는 또 내 욕심이었다. "이거 하면 우리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제대로 된 초-중 연계교육의 사례가 될 거에요"라고 하는 중학교 선생님의 말에 뭔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긴장, 걱정, 고민, 후회, 불안, 답답함 속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할 수 있을 거야. 대충의 학기 흐름을 계획해보자. 가능하겠네. 이대로만 하면 되겠어'라고 희망을 갖다가도, '아니야, 말도 안돼, 3주면 다 끝날 것 같은데?' 하며 좌절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중학교 선생님께서는 '클래스 101'의 디지털 드로잉 강의를 예산으로 구매해 주시겠다고 했다. 참고할 부분을 참고하고, 아이들과 함께 진행할 커리큘럼을 만들어보도록 한 배려다. 지금도 이 고민은 진행 중이다. 

 

4. 비주얼 씽킹 

 위에서 이야기 한 클래스 101 강의를 찾기 위해서 사이트를 뒤지다 보니 눈에 확 띄는 강의가 하나 있었다. '비주얼 씽킹'에 관련된 강의다. 나는 교직생활 초반부터 비주얼 씽킹에 대해 관심이 깊었다. 고학년 담임을 할 때는, 차시를 마치고 배움 공책에 차시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그림으로 정리하기도 했고, 수업을 그림을 그려나가며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느껴지는 것은 '실력이 부족하니 누군가의 것을 따라 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뿐. 

 클래스101에서 비주얼씽킹에 대한 강의를 들어볼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결제했다. 정말 바빠 죽겠는데도 한 강의, 한 강의씩 따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쉼 없이 하고 있다. 위에도 말했지만, 사실 오늘 '미래교육포럼' 책을 읽으러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글을 쓰기 전에 비주얼 씽킹 강의를 4개 연달아 들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 강의는 재미 있어서 마음속 우선순위가 아주 높기에 별다르게 쓸 말이 없다. 열심히 해야겠다. 

 

5. 국민건강보험 초등학생 교육자료 제작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교육에 사용할 자료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제안-설계-계획 과정은 참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방학을 맞아 그 단계는 '제작' 단계로 넘어갔다. 왜 계획을 하고 설계를 할 때는 몰랐을까. '제작은 참 지루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제작을 하기로 결정하고, 함께 할 선생님들의 명단도 확정이 되었고, 학교로 공문까지 도착을 했는데 '바빠서 다음에 할게요'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틈틈이 하려고 하는데 왜 이리 짬을 만들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것도 '시간과 미래의 내가 열심히 해결해주겠지' 싶은 마음이다. 파이팅!

 

6. 2학기 과학, 피드백, 실천

 지난번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에서 제공해 준 책을 읽으며 다짐했다. '2학기 과학 수업은 제대로 계획해서 제대로 된 형성평가를 진행하고, 아이들의 선택권을 많이 주고, 개별화된 교육까지 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해야지'라며 말이다.

 '시급한 일들부터 하자'며 미루었던 계획은 '지도서, 교과서가 도착하면 하자'로 또 미루어졌고, '아이들이랑 같이 만들어볼까' 하는 교육적인 듯, 핑계인 듯 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한 학기의 수업을 계획하고 구성하고 실제로 해 나가는 것이 꿈이긴 하다. 담임이라면 가능했을지도.. 전담으로 다섯 반의 수업을 각각 들어가는데, 각 반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구성하기도 어렵고, 모두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하나의 교육과정을 함께 만든다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대략적인 틀을 내가 구성하고 함께 선택하고 채워나가는 편이 이 상황에서만큼은 '옳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은 그냥 막막해하기만 하는 중이다. 이 일도 우선순위를 좀 높여나가야겠다. 큰일 나겠다. 

 

7. 여느날 여느교실

 여느날 여느교실도 사실은 욕심에 시작했고, 욕심덕에 열심히 하고 있다. '무언가를 해 보려는 욕심, 시도해 보려는 욕심'말이다. 그 욕심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바로 '팟캐스트'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맨 처음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 만들어진 결과물은 '팟캐스트 채널'이었다. 다음 날 바로 삭제되긴 했지만.. 

 그 뒤로 몇 차례의 협의를 거쳐서 플랫폼은 유튜브로 정해졌고, 지금 여러 필요에 의해 블로그까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진행하고자 했던 '팟캐스트'를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가장 처음 하고 싶었던 것이자,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벌써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 업로드가 되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팟캐스트가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이다. 팟캐스트는 '꾸준함과 약속'이 생명이다.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올리며 약속은 오랫동안 지켜져야 한다. 우리는 매주 월요일 4시 30분에 업로드를 하기로 결정했으니 그 약속은 오래 지켜져야만 한다. 그러자니 매주 녹음을 해야 하고, 편집을 거쳐 업로드 예약을 걸어 놓아야 한다. 

 그래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 그런지, 위의 다른 직면한 일들보다는 재미있다. 조금은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꾸준히 열심히 약속을 지켜나가면 '지대넓얕' 같은 유명한 채널이 될 수 있으려나. 일단 해 보기나 하고 고민하자.

 

 

위의 이야기들은 방학을 맞이하기 오래전부터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던 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 계획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지금 매우 충동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쭉- 리스트업 되어 있는데도, 내 몸은 모든 것을 택하지 않고 있다. 그저 끌리는 한 두 가지만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여기에 적지 않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시적인 이벤트가 생기기도 한다. 돌봄 교실 선생님들이 백신을 맞으러 가야 하는 바람에, 이틀 동안 학교 돌봄 교실을 돌봐야 한다거나, 시에서 진행하는 지역 돌봄을 우리 학교에서 하기로 해서 그것을 세팅해주러 출근을 해야 한다거나, 미리 계획해서 학사일정까지 조정해 둔 선생님들의 백신 접종 계획이 딜레이 되어 또다시 회의를 하러 학교에 가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 

 

 방학은 이런 맛이다. 학교에 있었다면 하루 이틀에 모두 해결해버렸을 법한 일들을 나누고 미루고 늘려서 '방학 내내' 진행하는 그런 맛. 나누고 미루고 늘리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약간의 휴식을 얻어가는 그런 맛. 그래서인지 방학은 포기가 안된다. 

 

 내 소중한 방학 돌려내.

ⓒ 2021. TREY. All rights reserved

 

728x90
SMALL

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