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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는 내 교직경력이 딱 6년이 되는 날이었다. 햇수로 7년차 교사. 많지는 않으나 적지도 않은 시간이다. 처음 발령 받았을때 힘든 한 달을 보내며 10년, 20년을 하신 선생님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1인분의 교사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학교가 돌아가는 방식도 알고 업무도 적당히 하고 서툴지만 교실에서도 교사의 모양을 얼추 갖춘 지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겨울방학 기간으로 불리는 학교의 1,2월은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아이들은 새 학년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교사들은 한 해의 업무 마무리와 새 학년의 교육과정을 준비한다. 보통 12월 말에서 1월 초가 되면 아이들과의 한해살이가 마무리된다. 겨울방학 날 학생들을 떠나보내고 교실에 앉아 있으면 시원섭섭한 마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주고 있었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힘이 빠진채 보내는 1월을 좋아한다. 이 시기는 조금 멀리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때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내 조급함에 괜히 아이들을 닦달했던 모습이나 행정의 관점에서 일을 처리해 그 속에 있던 사람을 보지못한 일 등이 떠오른다. 학기중에는 힘이 들어가 긴장하게 된다. 그럼 시야가 좁아지는데 그때 놓치는 부분들이 꼭 생긴다. 이런 내 모습을 반추하며 올해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년에 만날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어느 정도는 반복된다 미안...). 

 

 1월은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교사들끼리의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감정의 쓰레받이'라고 이야기할때가 있다. 교사는 1년동안 반에 있는 학생들과 가끔은 학부모님의 감정을 받아낸다. 학교 안 교사의 여러 역할들 중 나는 이 부분이 정말 힘들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힘든 감정을 내가 느낄 때,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정에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때 마음앓이가 시작된다. 그렇게 학년의 막바지에 오면 감정이 많이 소진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1월 한 달 동안은 사람도 만나지 않고 말도 안하며 보낸다. 재택으로 행정업무를 하거나 혼자 외출을 하기도 한다. 

 

 죽은듯이 조용히 1월이 지나가고 2월이 되면 학교는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한 해를 보낼 채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생님들이 학교에 오고 새 학년, 업무가 꾸려진다. 회복에 1월을 보낸 선생님들은 다시 활력을 가지고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나도 그랬다. 분명...그랬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2월에는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근데 올해는 아니다. 3월이 다 지나가고 4월이 되었는데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할 일은 다 하고 있다. 심지어 수업은 너무나 준비가 잘되고 아이들과 케미도 괜찮다. 업무도 때에 맞게 잘 처리하는 중이고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멍한 느낌이 가득하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1월 한 달간 힘을 빼고 있었으니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보다 덜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컬러로 보던 영화를 무성영화로 보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 선생님들한테 여쭤보니 보통 경력이 5년정도 되었을 즈음 해서 학교에서 뭘 해도 재미가 없는 때가 오고 그때를 교사 사춘기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누군가는 지금이 '인생 노잼시기'라고도 하였다. 꽤나 거창한 진단이다 싶다가도 두달째 이런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 안밖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계속 가져가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몇 개월간 비어있던 캘린더에 일정들을 채워넣고 있다. 퇴근 후에 러닝이나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하고 수영도 새로 배우고 있다. 넷플릭스로 유명하다는 컨텐츠들을 찾아서 보기도 한다(그래서 독서량이 줄었다ㅎㅎ).  

 

 아마 이러다가 다시 의욕이 생길수도 있다.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갔던 힘이 빠진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이 날 때까지의 막연한 시간을 견뎌내기로 했다.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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