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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상을 제작하면서 정리한 생각을 글로 끄적여봅니다.

 

https://youtu.be/GfJlnSyqjCM

 

 몇 년 전의 일이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께서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해당 학급에 있는 학생의 식사예절, 생활태도, 글씨쓰는 방법 등에 대한 지도에서 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가해졌다는 것이 신고의 이유였다.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으면 교사는 즉시 학급의 모든 학생들과 분리된다. 1년을 학생들과 보낸 선생님은 방학을 3주 남기고 학생들과 분리되었다. 기간제 선생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담교사인 내가 그 학급을 겨울방학까지 담당하기로 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어떤 사전예고도 없이 담임선생님이 오지 않게 된 학급은 어수선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으리라. 

 

"우리 선생님 어디 갔어요?", "우리 선생님 이제 못봐요?"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나는 차마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선생님께서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 출근을 못하게 되었다고만 했다. 결국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과 학년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조사결과 선생님은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학생은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그동안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가 끝나서 한동안 만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의 얼굴봄이 많았다. 보고팠던 사람들과 밥술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동료 선생님들이나 예전에 근무했던 선생님들, 교육대학교 동기, 선후배들을 만나 쌓인 이야기들을 나눴다.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하며 시작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돌고돌아 학교 이야기로 이어진다( '기-승-전-학교이야기'의 구조). 학교 이야기는 수업이나 교육철학에 대한 고민, 각종 정보교환, 수업 팁 등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그런데 요 몇 달간의 만남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 바로 아동학대다.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할 것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얼핏 보면 비약같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상황같기도 하다. 체벌이 있었던 내 또래들이라면 더욱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무겁다. 

 

 선생님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 '기분상해죄'라는 말이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 죄가 된다는 뜻이다. 현재 선생님이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에게 한 행동은 학생과 학부모가 받아들이는 상황에 따라 아동학대 고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몇 년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선생님들은 늘어나고 있다(올해 이미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선생님의 탄원서를 한 장 썼다). 

 

 예를 들어 학생이 수업 중 큰 소리로 떠들고 옆의 학생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담임 선생님은 보통 이 상황에서 때리고 있는 학생을 저지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의 기분이 나빴거나 무서움을 느꼈다면 '정서적 학대'의 사유가 된다. 그리고 맞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팔을 잡으면 힘을 사용했으므로 '신체적 학대'의 사유가 된다. 교사가 교육의 목적으로 한 행동은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온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유죄 판결이 나오면 선생님들은 중징계를 받거나 심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선생님들은 점점 학생지도에 소극적이게 된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 피해는 다수의 학생들에게 간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수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참고 지나간다. 나아가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권리인 수업권도 침해받는다. 이미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이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학교의 기본 기능의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악감정 혹은 단순한 분풀의, 합의금을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어른 몇몇이 학급을 흔들어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학교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함이 줄어들어도 된다는 듯이 아니다.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행위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학생들에게 실제로 학대를 가한 교사가 있다면 처벌받음이 마땅하다. 교권과 학생의 인권, 교사와 학부모를 대척점에 두자는 뜻도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는 학교의 교육과정, 담임 선생님의 학급 운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협조적이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들에게는 수업, 생활지도의 책임만 있고 자신들의 행동을 보호할 권리는 없다. 책임과 권리의 불균형이 크다.

 

 힘든 상황에도 일선의 선생님들은 교육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선생님의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가해로 하루 아침에 뒤바뀌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맨 몸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 뛰어 들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https://brunch.co.kr/@wirshir

 

안진형의 브런치스토리

교사 | 기록하려고 노력하기로 다짐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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