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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 선정 결과를 듣고, 한동안은 설레다가도 어느 순간 묘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올해 교과전담교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은 없었고, 수업도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긴 했으나, 학기 중에 떠난다는 것 때문일까? 이유를 모를 긴장감이 점점 차올랐다. 

 

2012년, 그러니까 10년 전에 호주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딱 한 달 정도를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서 지냈다. 내가 다녔던 교대에서 진행했던 해외 프로그램 차 방문했던 것인데, University of Canberra에서 3주간 영어 교육과 관련된 공부를 했고(자격증을 주긴 했는데,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한 주간 한 초등학교에 나가 교생실습을 했다. Harrison Primary School.

 

그래서일까 호주는 꼭 다시 가봐야지, 오래 지내고 와야지, 또 가서 긴 시간을 살아봐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나라다. ADE Institute를 마침 호주에서, 그것도 캔버라와 그리 멀지 않은 골드코스트에서 진행하다니! 캔버라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이 들뜬 마음의 결론을 미리 스포 하자면, 캔버라에는 갈 수 없었다. 시간이 정말로 없었다. 

 

금요일 수업을 마무리하고 학교를 나왔다. 그 길로 인천공항으로 달려 저녁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11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을 마치고 나는 시드니에 도착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10년 전 캔버라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주말 여행으로 짧게 방문했던 시드니였다. 주말을 한국에서 보내고, 바로 ADE Institute에 참석하도록 떠날까 고민을 해보기도 했으나, 도착한 순간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느꼈다. 호주는 정말 최고였다.

 

우리와는 계절이 반대. 초겨울을 지나 한겨울을 향해 가던 시기였지만, 서늘했고 따뜻했고, 더웠다. 하늘은 단 한 순간도 흐리거나 탁하지 않았다. 얇은 티셔츠 하나면 낮을 보내기에 적당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셔츠나 바람막이를 함께 걸쳐주면 춥게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였다. 

 

그 주말에 나는 매일 2만 보 이상을 걸었다. 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또 언젠가 찾아가고픈 새로운 추억의 장소들을 열심히 새겨넣었다. 

 

Hyde Park, Sydney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내가 꼽은 시드니 원픽은 바로 하이드 파크다. 주말을 보내기 위해 잡은 숙소가 하이트파크 바로 앞에 있었기도 했지만, 그저 여유로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누군가는 악기를 연주하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수다를 떤다. 햇빛이 드리우는 잔디 곳곳에는 저마다 모여 앉아 간식을 먹는 사람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혼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나도 커피를 한잔 사서 잔디에 앉았다. 평소 같으면 햇빛이 뜨겁다며 그늘을 찾아가거나, 실내로 들어갔겠지만 여기서만큼은 아니었다. 

 

골드코스트로 떠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그 아침까지도 하이드파크에 나갔다. 마지막 커피를 한 잔 사서, 벤치에 앉았다. 주말의 여유로움과는 다른 평일 아침의 분주함이 또 새로웠다. 그 분주함 마저도 따스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내가 너무 바쁘고 지친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걸까.

 

무사히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탔고, 한 시간의 비행 후 골드코스트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그 한 시간 동안 창 밖만 바라보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대던 나는 4개의 레몬 캔디와 6개의 초코젤리를 5분에 하나씩 먹었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총 10번의 간식을 나누어 주셨다. 나중에는 말도 없이 툭! 내가 하나 더 먹고싶다고 생각한 걸 알아차리신 걸까. 전 세계 할머니들은 다 똑같은가. 너무 행복한 비행이었다. 

 

이제 Apple의 시간이다. ADE의 시간이다. 공항으로 픽업나온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ADE Institute 2023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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