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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푹신한 침대, 아늑한 방에서 잠을 자서 그럴까,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사실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수많은 알람들이었다. ADE Institute의 첫날 일정은 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전까지 씻고 아침을 먹고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고, 수많은 알람을 맞춰두어야 했다. 

 

여섯 시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겨울의 새벽은 여전히 겨울다웠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무작정 밖으로 향했다. 이제 막 건물의 벽을 따라 퍼져나가는 햇빛은 상당히 눈부셨지만, 상쾌하게 느껴졌다. 건물도 잔디도, 호수도 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는 호텔 주변의 잔디를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10분 정도 걸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잠들어서일까, 그 포만감을 아직 잊지 못한 탓일까, 배가 많이 고파졌다. 

 

1층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이제 드디어 8시가 다 되어 간다. 이번에 새로 ADE에 선정된 사람들은 8시에 다른 공간에 모여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얼른 방에 들어가서 아이패드와 맥북을 챙겨 긴장되지만 설레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출발했다. 새로 ADE가 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 채, 넓은 홀에 앉아서 서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ADE Institute에 관한 간단한 안내를 해 주었지만, '이미 다 했던 이야기인데... 왜 다시 이야기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곧 그랜드 볼룸으로 내려가란다. '뭐야, 왜 굳이 여기로 오라고 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로비 한켠의 계단을 내려가는데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올해 새로 ADE가 된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계단 얼마 앞부터 메인 홀까지 이어지는 로비 복도에 긴 두개의 줄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내려오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우리는 그 두 줄의 사이로, 마치 터널을 통과하듯 지나갔다. 어리둥절한 기분은 곧 진심 어린 환영에 대한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많은 행사가 이루어졌던 그랜드 볼룸

누군가는 처음 겪어보는 어리둥절한 설레임으로, 또 누군가는 새로운 챕터의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 누구도 부정적으로 설명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였다. 어둑한 공간에 빛나는 무대, 그리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 무엇보다 그러한 분위기를 함께 공유하는 수많은 긍정적인 ADE들이 있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Opening Session. ADE Institute 2023 행사에 대한 소개, 그리고 기억해두면 좋을 ADE의 문화들, 다양한 배울 거리들을 소개해 주었다. 짧은 세션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Institute가 더욱 기대되었다. 곧이어 Networking 세션이 시작되었다. 나로서는 가장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세션이다. 아시아 태평양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ADE들이 모인 이곳에서 가장 의미 있고, 또 가장 기대되는 세션이지만 평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어색해하던 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미션일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영어로...

 

아이패드 키노트 앱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워크시트가 배부되었다. ADE Bingo라는 이름의 빈 칸이 가득한 파일이었는데, 영어, 일본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된 버전이 각각 담겨 있었다. '3개 이상의 언어 구사', 'Apple에서 일함', '과학을 가르침' 등의 설명이 쓰여 있었고, 윗부분에는 사진을 쉽게 첨부할 수 있도록 '위치지정자' 기능으로 만들어진 칸이 있었다. 맞다. 아래의 설명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 같이 사진을 찍고, 해당하는 칸에 첨부해야 하는 활동이었다.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가 18칸 중 15칸을 채웠다. 이것에 가능했던 이유는 딱 하나다. 여기에 모인 수많은 ADE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호기심과 관심어린 눈빛으로 마음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가만히 있으면 바로 누군가가 다가왔고,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정말 반갑게 대화가 시작된다. "Hello"

세션의 중간 중간 15분~20분가량의 쉬는 시간이 자주 주어졌다. ADE Institute를 참여하면서 또 한 가지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쉬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에 허리도 좀 펴고, 스트레칭 좀 해보려 로비에 나오면 간식과 커피, 차 등이 매번 다른 종류로 제공되어 있었다. 뜨거운 커피와 함께 먹는 달달한 빵은 리프레시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긴장감과 어색함이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바뀌느라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는지 살짝 배가 고파지던 참이었다. 저 진한 커피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금 한 잔 딱 하면 소원이 없겠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 멘토 그룹 미팅이 있었다. 한국에서 함께 참여한 ADE 선생님들이 같은 멘토 그룹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ADE Institute에 참석하는 소감은 어떤지, 다짐은 어떤지,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하는 하나, One Best Thing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활동도 의미 있고, 행복했지만 자꾸만 눈이 사방으로 돌아갔다. 하늘로, 저 멀리 나무로, 넘쳐흐르는 햇빛으로. 내가 호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하늘이었다. 정말 파란 하늘, 깨끗하다 못해 깊어 보이는 하늘. 그 하늘 바로 아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점심 뷔페도 간식이 차려졌던 로비에 차려졌다. 야외 테이블에서 멘토 그룹 미팅을 하던 우리는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가득 담아 야외 테이블로 향했다. 한겨울에 야외 식사라니. 이렇게 날씨가 따뜻하고 포근하다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에 이렇게나 엄청난 풍경이 곁들여지다니. 행복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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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 여느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