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REY [학교, 오늘] 2021. 3. 24.
깔끔한 온라인 전자칠판 서비스 [클래스룸 스크린(classroom screen)]
새로 지은 우리 학교에는 전자칠판이 있다. 분명히 전자칠판은 달지 말아 달라고, 대신 TV를 최대한 큰 것으로 달아달라고 요구했던 것 같은데.. 지어진 학교에는 전자칠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자칠판의 쓰임은 굉장히 다양한 듯 단순하다. 결국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판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자칠판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필요할 때가 있다. All the classroom tools at your fingertips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툴이라는 말로 이 서비스를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서비스는 바로 '클래스룸 스크린'(Classroom screen)이다. 처음 시작하면 이런 화면이 나타난다. 배경화면은 그때 그때 접속할 때마다 바뀌게 되는데, 배경..

🦊 TREY [학교, 오늘] 2021. 2. 12.
클럽하우스, 핫한 이유를 알겠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 클럽하우스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아도 클럽하우스 이야기가 가득이다. 그뿐 아니라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를 보아도 1위에 클럽하우스가 당당히 올라가 있다. 클럽하우스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로만 접하다가 오늘 드디어 초대를 받게 되어, 가입을 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 앱에 대한 소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소개 등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클럽하우스를 하루 동안 이용해 보면서 생각한 점들을 써보려고 한다. 클럽하우스는 모두가 목소리를 가지고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SNS다. 초대를 통해 가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보니 아직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용하는 유저들 중에 유명인들이 꽤 많고, 그들이 직접 방을 만들어 운영..

🦊 TREY [학교, 오늘] 2021. 1. 30.
순간만을 보는 우리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시간은 흐른다. 우리는 시 단위로, 분 단위로, 초 단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느껴본 적이 있을까? 그저 '어느덧 1월이 끝나가네' 정도가 아니었을까. 문득 창 밖을 내다보다가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한껏 눈이 내린 바깥 풍경은 15시 42분에도, 15시 43분에도 똑같았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고, 하얀 눈들과 구름 덩어리들도 그 자리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카메라를 켰다. 삼각대를 세우고, 긴 시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타임랩스 모드를 설정했다. 30분을 내리 촬영했다. 1초씩 흘러가던 내 시간을 강제로 몇 분 단위로 건너뛰어 살펴볼 수 있게 된..

🦊 TREY [학교, 오늘] 2020. 12. 25.
학급일지, 이번엔 성공할까?
Ⅰ. 학급일지, 그동안의 여러 시도 학급 일지를 꾸준히 쓰는 일은 교사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굳이 담길 내용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일지의 주요 내용이 되곤 한다. 아이들이 싸웠던 일, 누군가가 넘어졌던 일, 학부모의 요청사항, 나의 수업 기록 등 정말 수많은 정보들이 담기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학급일지를 몇 년째 시도해 보면서도 '나한테 딱 맞는 방법은, 이거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초등 교사 모임에서 제작한 다이어리를 사용해 본 적도 있다. 아담하고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제작된 다이어리라 일지로 쓰기에는 적절해 보였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일주일 만에 사용을 포기했다. 정말 좋은 다이어리였지만, ..

🦊 TREY [학교, 오늘] 2020. 12. 23.
나만 몰랐던 겨울
얼마 전 첫눈이 내렸다. 첫눈 치고는 꽤 많은 눈이 오래 내렸다. 그제야 나는 겨울의 한 복판에 들어와 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나는 '아니 왜 벌써부터 이렇게 춥지?'하고 생각했다. 아직은 추울 때가 아니라고, 아직은 겨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겨울은 특징이 뚜렷했다. 우선 눈이 와야 했고,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곳이 많아져야 하고, 우리 반 아이들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선생님 나가서 눈싸움하고 싶어요!" 올해는 그 특수한 상황 때문에 모든 것이 일그러졌다. 눈싸움하자고, 추우니까 히터 온도를 높여달라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없다. 사물함에 잔뜩 쌓여 있는 겨울맞이 학습 준비물도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나는 겨울이 왔다고 생각할 겨..

🦊 TREY [학교, 오늘] 2020. 11. 27.
누구에게나 소중한 길
아침마다 왜 이렇게 침대를 벗어나기가 싫은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빠르게 느껴지는지, 학교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왜 이렇게 차에서 내리기가 싫은지. 왜 이렇게 출근을 하기가 힘든지...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어서 걸리는 병을 '월요병'이라고 한다. 이제는 '화요병', '수요병'도 생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다 그냥 이렇게 부르면 되겠다. '출근병' 학교에 도착해서 툴툴거리면서 교실에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하나 둘 등교를 한다. 그 때부터는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물 흘러가듯 생활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떠올릴 틈조차 없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또다시 마주하는 생각. '아..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오래 걸리지 않아..

🦊 TREY [학교, 오늘] 2020. 11. 25.
고요함의 소중함
오래간만에 음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앱을 켠다. 딱히 듣고 싶은 노래도, 들으려 생각했던 노래도 없기에 '랜덤' 재생 버튼을 누른다.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는 나보다도 인공지능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10년도 더 지난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아주 유명한 노래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 이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나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학생인 내가 학교 건물 뒤쪽,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장면이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째 이 노래를 우연히 듣는 순간마다 매번 그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는 음악에, 소리에 영향을 참 많이 받으면서 살아간다. 기분을 나타내고, 기분을 전환하고, 추억을..

🦊 TREY [학교, 오늘] 2020. 11. 14.
커피가 필요한 사람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적당히 '시큼하다', '쌉싸름하다' 정도의 구분만 할 수 있지 맛의 깊이가 어쩌고 저쩌고는 잘 모르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매일 커피를 찾고 있는 것은 맛보다는 그에 따라오는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년까지는 출근길 일찍 문을 여는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사오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다. 그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 무언가 모를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아무런 부담이나 걱정 없이 가만히 있어도 되는, 온전히 편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올해 초 학교를 옮겼다. 출근길 경로가 바뀌게 되니 아침에 커피 한 잔 사는 것이 참 어려워졌다. 이전 학교와는 달리 주변에 일찍 문을 여는 카페도 없고, 코로나 19 때문에 출근 시간마저 앞당겨졌다..

🦊 TREY [학교, 오늘] 2020. 11. 11.
가을 끝의 학교
가을은 도망간다는 표현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어쩌면 가을이 곁에 와 있음을 깨닫는 때가 너무나 늦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가을은 여느 계절 보다도 더 마음 깊게 와 닿는 무언가가 있다. 학교에서의 가을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가을이 되어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반년 내내 지지고 볶고, 뒤엉키며 살다가도 가을쯤 되었을 때는 아이들 그 자체가 보이는 것 같다. 그 아이의 상황,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 그 아이의 계획까지도 이제야 보인다. 그제야 나도 느끼게 되는 것이 많다. 주로 후회다. '이런 줄도 모르면서 나도 참 서둘렀구나' 가을은 헤어짐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이제는 함께 할 날들이, 함께 한 날들보다 현저히 적어진다. ..

🦊 TREY [학교, 오늘] 2020. 11. 8.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선생님으로 생활한 지 벌써 7년째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온다고 휴직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학교에서 생활한 기간은 5년 정도 된다. 이제야 비로소 조심스럽게 가져다 붙여 볼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정말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을 보내면서 참 많은 경험들을 했다. 여느 인생이 그렇듯 기쁜 만족과 뿌듯한 성취감 사이 사이에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주저앉았던 적도 많았으니 말이다. 지난 시간들이 어떠했는지와는 큰 연관 없이 나는 지금도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을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초심'을 잃어버렸을까?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여느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었을까? 그것만은 아니고 싶다. 그저 상황과 상황..
